독일 나치는 1941∼1944년 그리스 점령기간 당시 그리스 은행에서 강제로 상당한 자금을 대출해 갔을 뿐 아니라, 콤메노·칼라브리타 등에서 대규모 양민 학살을 자행했다. 또 그리스에 거주하던 유대인 7만 명을 강제수용소로 끌고 갔고, 그리스인 수만 명이 추위와 굶주림으로 사망한 바 있다.
그리스가 독일에 이처럼 추가 배상을 요구하고 나선 배경에는 무엇보다 1960년 전후 합의 당시 충분한 배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국민적인 여론이 있다. 하지만 최근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은 치프라스 총리의 지지율이 급락한 탓이라는 분석도 많다. 중도좌파 집권 여당을 이끄는 그가 하반기 총선을 앞두고 인기 만회를 위해 뽑아든 카드라는 얘기다.
사실 치프라스 총리는 2015년 집권 직후부터 독일의 추가 배상을 주장해왔지만, 구제금융 체제 하에서 최대 채권국인 독일의 혹독한 긴축 요구 때문에 억지 주장을 한다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이를 자제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8년여의 구제금융 체제를 벗어난 데다, 최근 폴란드 등에서도 같은 논의가 나오며 힘이 실렸다.
폴란드에서도 대통령과 의회가 잇달아 독일에 추가 배상을 요구해야 한다는 발언을 내놓으며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아르카디우스 물라르치크 폴란드 의회 배상금 위원장은 지난 17일 트위터에 “폴란드 하원이 결정을 내릴 때가 됐다”고 외교적 대응을 촉구하는 발언을 올린 바 있다.
반면 독일 정부는 그리스에 또 다른 배상은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1960년 그리스에 1억 1,500만 마르크(약 3,000억 원)를 지불해 배상이 일단락됐다는 얘기다. 독일 정부 대변인은 “법적으로, 정치적으로 이미 해결된 문제”라며 일축했다. 또 폴란드에 대해서도 소련의 영향 아래에 있던 1953년 동독 영토 일부를 폴란드에 넘기는 것으로 빚을 청산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