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규제샌드박스 하려면 제대로 하라

정부가 기업의 투자 촉진을 위해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했지만 샌드박스 절차에 들어가면서 새 규정이 우후죽순 생겨나 ‘규제 프리존’이라는 당초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23일자 본지에 따르면 마크로젠은 2월 유전자 검사를 통한 질병예측 시스템 서비스에 대한 샌드박스 적용이 승인됐지만 실행계획서 작성 단계부터 질병 검사 자체의 효용성 검증을 요구받았다. 용도도 연구목적으로 제한됐다. 샌드박스 신청 전에 규제기관의 인증부터 받으라는 요구도 생겼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소비자직접의뢰(DTC) 유전체검사와 관련해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하려면 보건복지부의 시범사업 인증을 받으라고 바이오벤처 업체들에 통보했다. 복지부가 제시한 100여개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극소수만 신청하라는 얘기다.


혁신의 성과가 나오기도 전에 사사건건 간섭하고 심지어는 샌드박스 신청도 하기 전에 이런저런 조건을 단다면 도대체 어떻게 혁신의 열매를 맺을 수 있겠는가. 규제 프리존을 만들어놓고 마음껏 뛰어놀라고 했지만 이렇게 놀고 저렇게 놀라고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시범 서비스를 준비하는데 마치 상용화 기준을 들이대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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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담당 공무원 입장에서 보면 규제를 풀어줬다가 사고가 나면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규제 때문에 혁신 제품·서비스가 나오지 못하면 어떻게 치열한 세계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문재인 대통령이 기회 있을 때마다 규제혁신을 위한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행정을 강조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규제 샌드박스 제도는 일정 기간 규제를 완전히 면제해 혁신 상품·서비스가 시장에 나올 수 있게 하자는 제도다. 사업자가 규제 샌드박스 적용을 신청하면 관련법을 고치지 않고도 심사를 거쳐 시범사업·임시허가를 해 출시하고 문제가 있으면 사후 규제하자는 것이다. 혁신 가능성이 높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속속들이 시장에 나와 우리 경제를 이끌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제대로 운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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