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여는 수요일] 제비꽃 머리핀

2415A38 t시



- 공광규

띠풀이 단정한 묏등에 핀 제비꽃 한 송이는


누군가 꽂아준 머리꽃핀이어요

죽어서도 머리에 꽃핀을 꽂고 있다니


살았을 때 어지간히 머리핀을 좋아했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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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 머리핀이 어울릴 만한

이생의 사람 하나 내내 생각하며 돌아오는데

신갈나무 연두 잎 사이로 얼굴을 내민 진달래꽃이

이생의 그분처럼 시들고 있어요

나 원 참, 거기만 그런 게 아니구먼요. 팔순에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 쉰다섯에 가신 아버지 곁에 베옷 지어 입고 서른한 해 만에 합방하셨는데요. 평생 삼단 같은 머리 자랑하며 둥글게 쪽찌고 비녀 꽂고 사셨죠. 단출하게 잘라서 파마하라 해도 절레절레하시더니 저승에도 유행 있는지 헤어스타일이 바뀌셨네요. 이마 위엔 양지꽃 머리쓰개 얹고, 옆머리엔 제비꽃 머리핀 꽂으셨어요. 당신 머리치장이야 그렇다 치고 남우세스러워라, 아버지 귀밑머리며 제비초리에 번지는 저 꽃물은 워쩐대유.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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