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헤즈볼라




1983년 10월23일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 위치한 미국 해병대사령부 건물로 벤츠 트럭 한 대가 무서운 속도로 돌진했다. 트럭에는 약 1만2,000파운드의 폭약이 실려 있었다. 건물 정면이 공격당하면서 미군 병사 241명이 사망했다. 같은 날 프랑스군 사령부에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해 프랑스군 58명이 죽었다. 이날 공격은 단일 폭탄테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기록됐다.

이런 무자비한 자살 폭탄테러의 배후에는 이슬람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있었다. 헤즈볼라는 2년 후인 1985년 미국 항공기 TWA기를 납치하고 1992년에는 아르헨티나 주재 이스라엘대사관에 폭탄 공격을 퍼붓는 등 미국과 이스라엘을 대상으로 테러행위를 잇달아 자행했다. 미국이 헤즈볼라를 테러단체로 지정하고 견제와 감시를 계속하는 이유다.


헤즈볼라는 1982년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무력 침공하자 이에 맞서는 무장저항조직으로 탄생했다. 아랍어로 ‘신의 당(黨)’이라는 의미로 이스라엘의 점령으로부터 레바논 영토 해방과 이슬람 국가 건설 등을 목표로 내걸었다. 휘하에 4,000여명의 게릴라조직과 7개의 비밀결사조직이 있는데 이를 통해 납치·테러 등 무장투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시아파 맹주인 이란의 혁명수비대와 긴밀히 협조하며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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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즈볼라의 지지기반은 베이루트 남부 빈민 등 120만명의 레바논 내 시아파 이슬람교도. 이를 기반으로 세력을 키우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철수한 2000년에 합법 정당으로 변신해 의회 진출까지 성공했다. 지난해 5월 치러진 레바논 총선에서는 헤즈볼라와 동맹 정당이 전체 128석의 절반이 넘는 67석을 차지했다. 올 2월 출범한 내각에는 장관 3명을 직접 지명하기도 했다. 그만큼 레바논 정치에서 무시하지 못할 정파라는 얘기다. 미국이 테러단체로 낙인을 찍었음에도 아랍권 전역과 유럽 일부 나라가 헤즈볼라를 합법적인 정치단체로 보는 까닭이다.

미 국무부가 22일 헤즈볼라의 자금줄에 대한 정보 제공에 1,000만달러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헤즈볼라의 국제금융망을 겨냥해 현상금을 건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헤즈볼라의 돈줄을 차단하면서 후원세력인 이란 제재를 강화하려는 포석인 듯하다. 미국과 이란 간 힘겨루기가 자칫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우지 않을 지 걱정스럽다. /임석훈 논설위원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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