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일본 현지법인인 신한뱅크재팬(SBJ)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여러 디지털 부서를 총괄하는 디지털그룹을 신설했다.
그룹은 핀테크 등 새로운 디지털 사업을 맡는 ‘디지털신사업팀’, 모바일플랫폼 ‘쏠’을 담당하는 ‘쏠뱅크팀’ ‘ICT팀’ ‘오픈 이노베이션 레버러토리’ 등으로 구성됐다. 신한은행의 한 관계자는 “기존에 부서별로 디지털 사업을 추진해왔는데 앞으로는 디지털그룹을 중심으로 부서 간 협업을 강화해 새로운 디지털 상품이나 서비스를 신속히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초 일본에서 다양한 디지털 사업을 벌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빅데이터 등 금융이나 정보기술(IT) 관련 규제가 우리나라보다 약한 만큼 신사업을 신속히 선보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일본통으로 알려진 진옥동 행장은 오사카지점장과 SBJ법인장을 지내 현지 금융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취임 이후 지난달 말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도 발상을 전환하는 ‘돈키호테식’ 행보로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SBJ는 지난 19일부터 새로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인 ‘테오플러스(THEO+)’를 개시했으며 가입금액을 1만엔(약 10만원)으로 설정해 문턱을 낮췄다. 로보어드바이저란 인공지능(AI)를 탑재한 비대면 자산관리 서비스다. SBJ 측은 “세계 금융시장 등과 관련한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시장을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그룹은 AI 전문 자회사인 ‘신한에이아이’를 설립하며 관련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일본에서 먼저 운영해 향후 국내에서 서비스를 본격 출시할 때 사업전략을 구체화하는 밑바탕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이 해외 핀테크 실험기지를 동남아시아에서 일본으로 확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한은행은 일찍이 현지화에 성공한 베트남에서 현지 간편결제 플랫폼 ‘모모’, 부동산 플랫폼 ‘무하반나닷’ 등과 협업하며 다양한 핀테크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일본은 베트남과 함께 신한은행 글로벌 전진기지의 양축으로 꼽힌다.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기준 688억원으로 현지법인 가운데 베트남(95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일본은 인터넷전문은행이 9개나 있을 정도로 디지털 금융이 급속도로 발달하고 있다”면서 “특히 동남아와 달리 문화나 경제 구조가 비슷해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서비스를 선보이기 전에 시범운영을 통해 소비자의 반응을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