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중소프랜차이즈 죽이는 규제 안된다

이승창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차액가맹금 공개 의무화 규정

원가·마진 등 영업비밀 침해로

중소가맹사업 깊은 상처 우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전체 가맹본부와 가맹점은 각각 4,882개와 24만3,454개에 이른다. 매출액도 119조7,000억원(2017년)으로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6.9%를 차지한다. 농림어업의 10배, 건축업의 3분의1에 달하는 수치다. 고용효과도 무시하지 못한다. 가맹사업의 고용인력은 지난 2017년 125만6,000명으로 경제활동인구의 4.5%를 차지하고 매출 10억원당 고용창출인원도 외식업 26명, 편의점 20명으로 10여명에 불과한 제조업을 훌쩍 뛰어넘는다. 가맹본부는 이처럼 외형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최근 몇 년간 일어난 일부 ‘갑질’ 행위와 과당경쟁으로 인한 매출감소, 인건비 상승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 등으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됐다.

2월28일 가맹사업법 시행령의 ‘정보공개서 표준양식에 관한 고시’가 개정됐다. 바뀐 시행령에 따르면 연매출 5,000만원 이상인 가맹본사는 4월30일까지 가맹본사가 납품업체로부터 구입한 가격과 가맹점에 공급하는 가격 차이인 차액가맹금을 공개해야 한다. 사실상 원가와 마진을 밝히라는 것이나 다름 없다.

공정위는 가맹희망자에게만 평균 차액가맹금 액수와 매출 대비 비율을 공개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가맹산업계에서는 시행령대로 차액가맹금을 등록할 경우 사업의 핵심 노하우가 경쟁사에 노출된다고 반발해 3월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업계의 이러한 대응은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업계의 특성에서 나온다. 우리나라 가맹산업은 대기업 27곳(0.7%), 중견기업 101곳(2.7%), 중소기업 3,518곳(92.4%)으로 구성된다. 그만큼 중소 가맹본부 간 경쟁이 심할 수밖에 없다. 특히 외식업종은 전체의 75%에 달해 선진국보다 2~3배 많다. 이들은 단순한 제품을 자체 생산이 아닌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등으로 운영하고 여기에 이미지마케팅으로 차별화를 더한다. 이번 개정 시행령은 이러한 가맹본부들에 공급물품의 차액가맹금을 등록하라고 규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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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사업은 업종과 사업형태에 따라 제품 개발비 및 관리비의 제품원가 배분방식이 다르고 단일품목만을 취급하는 가맹본부조차 운영방식에 따라 가격구성이 달라진다. 이러한 내용을 공개하라는 것은 (예비) 가맹점주나 경쟁사에 영업비밀을 알려주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부적절한 정보공개는 본부의 제품 개발과 운영 노하우, 연구개발(R&D) 등 핵심 경쟁력 원천을 보호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아 시장경제의 기본인 창의성과 자율성을 심각히 해칠 것임이 자명하다.

가뜩이나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업계는 최악의 상황이다. 외식업경기지수는 5년 전까지만 해도 70대 초반을 유지했지만 지금은 64.20까지 하락했다. 매출액도 2015년 16조5,000억원에서 2016년 12조7,000억원, 2017년 12조1,000억원으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다양한 산업과 사업자에 적용될 정책은 시기와 대상에 맞춰 시행하고 필요하다면 적절한 인센티브로 끌어나가야 한다. 프랜차이즈업은 길게는 지난 40년, 짧게는 20년 동안 현대적인 유통업태로서 나름의 생태계를 구성했다. 가맹본부의 95%는 연매출 200억원 미만인 중소기업들이다. 대형 가맹본부는 지난 1년간 생산방식 내재화나 특허 확보 등으로 대비할 수 있었다 하더라도 취급상품이 상대적으로 단순한 중소 가맹본부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원가절감을 이루는 경쟁력 확보 방식이기에 지금의 차액가맹금 산정 방식으로는 원가노출을 피할 수 없다. 이들의 경쟁력 소스가 노출되면 반년을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물류 마진이 주수입원인 중소본부들은 지금 자포자기 상태다. 바람직한 가맹사업 방식으로 유도해가기 위한 비전 있는 정책이 필요한 시기다.

원하지 않은 정책 결과가 최근 3년간 프랜차이즈 업계의 체질 개선 노력에 돌이킬 수 없이 깊은 상처를 줄 것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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