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열린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 이성용 신한금융 미래전략연구소 대표는 강연 직후 동남아에 치중된 국내 금융사의 글로벌 사업 전략에 대한 견해를 묻는 송두한 NH금융연구소장의 질문에 대해 “미국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세계 금융시장에 제대로 들어가기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같은 진단은 미국이 뉴욕 월가로 상징되는 글로벌 금융센터로서의 위상을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데다 금융 규제 체계의 기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북미 지역만 봐도 멕시코나 캐나다에 진출하려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에 따라 미국 규제의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국내 은행이 소매금융(리테일 금융) 사업으로 미국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국내 은행의 리테일 금융 실력은 글로벌 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특히 미국은 금융소비자 위주의 시장이라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 진출의 걸림돌도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금융문화에 발맞춰 사외이사 제도를 개선하고 글로벌 담당 인력 구성을 보다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 대표의 진단이다. 그는 “미국에서는 최고경영자(CEO)보다도 사외이사로 누가 들어오는지가 더 중요하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보수 등이 안 맞아 사외이사가 저평가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홍콩상하이은행(HSBC)을 예로 들면 소수민족이 많이 근무하고 있다”면서 “국내 금융회사의 글로벌 담당 부서는 외국어에 능통한 한국인 유학생이나 해외 교포가 위주여서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해외 시장을 겨냥해 기업설명회(IR)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IR을 삼성전자 제품설명회 수준으로 하지 않으면 발전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외국 주주들이 보고 듣는 영향력 매체를 더 활용해야 하며 영어 인터뷰는 필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