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신남방에서 찾는 제조업의 미래] "미얀마는 포스트 베트남"...포스코·CJ 발빠른 투자로 시장 선점

<5·끝> 꿈틀대는 자원 부국 미얀마

인구 5,300만명에 평균연령 27세...저임금 생산기지로 매력

中·印·라오스 등 5개국과 국경 접한 지정학적 위치도 강점

인프라 열악하고 정치 불안..."5년은 돈 벌 생각 말고 진출을"

미얀마 양곤 북부 CJ대한통운 사무소에 차량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는 모습./박한신 기자미얀마 양곤 북부 CJ대한통운 사무소에 차량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는 모습./박한신 기자



# “제가 지난 2005년에 베트남 진출을 검토할 때도 사람들이 그랬습니다. 베트남 거기에 뭐 볼 게 있느냐고, 거기 왜 가느냐고요. 그때는 사람들이 다 중국만 쳐다보고 있었죠. 하지만 그때 안 갔으면 베트남에서 한국 기업들이 이렇게 잘할 수 있었을까요? 그때의 베트남이 지금의 미얀마입니다.”

미얀마 양곤 시내의 초현대식 복합쇼핑몰 정션시티. 이곳에서 만난 류성수 CJ CGV 미얀마법인장은 미얀마를 ‘포스트 베트남’으로 꼽았다. 류 법인장은 CJ CGV가 해외에 처음 진출할 때 항상 찾는 인물이다. CGV가 베트남과 중국·미국에 진출할 때 기반을 닦는 업무를 도맡았다. 류 법인장은 “2014년 미얀마에 처음 진출했을 때는 적자를 봤지만 지금은 흑자 전환했고 영업이익률과 자기자본이익률(ROE)도 각각 5%, 10%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미얀마는 기본적으로 5,300만명의 인구가 있고 상류층은 소비 성향과 문화 욕구도 높습니다. 앞으로 중산층이 발달하면 인도의 ‘발리우드’처럼 영화 산업이 클 수 있다고 봅니다. 이 나라가 발전해나가는 ‘길목’을 지키고 있으면 베트남에서처럼 사업이 성공할 수 있습니다.”

미얀마 양곤에서 북쪽으로 30km 떨어진 밍글라돈의 포스코강판 공장에서 현지 노동자가 컬러강판을 생산하고 있다./박한신 기자미얀마 양곤에서 북쪽으로 30km 떨어진 밍글라돈의 포스코강판 공장에서 현지 노동자가 컬러강판을 생산하고 있다./박한신 기자


# 양곤 시내에서 북쪽으로 자동차로 30여㎞를 달리면 나오는 밍갈라돈. 포스코와 포스코강판의 미얀마법인과 생산공장이 있는 지역이다. 이곳에서 만난 강동오 미얀마 포스코 법인장은 “현재 미얀마 1인당 철강제품 소비량은 48㎏으로 한국(약 1,300㎏)에 비하면 크게 적지만 오는 2025년에는 철강 총소비량이 500만톤으로 두 배 늘어날 것”이라며 “수요가 커지면 미리 진출해 현지생산하고 있는 기업이 시장을 차지할 수 있다”고 했다.

포스코는 미얀마의 ‘터줏대감’ 격이다. 22년 전인 1997년에 처음 미얀마법인을 세웠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한국 본사가 철수 방침을 내린 적도 있지만 현지법인장이 “지금 철수하면 미얀마 시장은 영원히 끝”이라며 버텼다고 한다. 포스코는 이곳에서 현지인들이 집 지붕에 씌우는 아연도금재 브랜드 ‘슈퍼스타’를 판매한다. 그야말로 현지화된 생활밀착형 제품이다.

경쟁관계인 중국산보다 비싸지만 훨씬 뛰어난 품질로 브랜드 파워를 확보했다. 지금은 브랜드 이름처럼 포스코 하면 현지에서 ‘슈퍼스타’로 통한다고 한다. 강 법인장은 “어려울 때 미얀마 시장을 지킨 덕에 지금은 미얀마 정부 인사가 ‘오래 투자해줘서 고맙다’고 할 정도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수요가 늘어날 때를 대비해 포스코강판도 신규 투자해 생산설비를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의 베트남 투자가 한창이지만 발 빠른 기업들은 이미 ‘포스트 베트남’을 구상하고 있다. 이 가운데 미얀마를 점찍고 선점해나가는 회사들이 있다. CJ CGV와 포스코의 사례에서 보듯 미얀마는 5,300만명의 잠재 소비시장인 동시에 저임금 생산기지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미얀마의 평균연령은 27.1세, 최저임금은 베트남의 60% 수준(일 3.55달러)이다. 교육열도 높다.

미얀마 양곤 시내 현대식 복합쇼핑몰인 정션시티에서 사람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화웨이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P30 홍보부스가 눈에 띈다./박한신 기자미얀마 양곤 시내 현대식 복합쇼핑몰인 정션시티에서 사람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화웨이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P30 홍보부스가 눈에 띈다./박한신 기자


이곳에 진출해 무역 사업을 하고 있는 ㈜한화 무역 부문의 김동현 지사장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으로 묶이지만 인구 면에서는 베트남을 제외하면 라오스가 700만명, 캄보디아가 1,650만명 정도”라며 “인구가 받쳐주고 자원이 풍부한 미얀마의 잠재력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미얀마의 또 다른 강점은 지정학적 위치다. 중국과 인도·태국·방글라데시·라오스 등 5개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동남아시아의 중심이다. 동북쪽은 중국 윈난성과 붙어 있고 벵골만을 사이에 두고 인도의 동쪽에 위치해 있다.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을 맞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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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은 물류적 관점에서의 잠재력을 보고 2016년 현지에 진출했다. 현지에 진출한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의 제품을 창고에 보관하고 전국으로 실어나르는 사업을 한다. 처음 진출했을 당시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 U사 물량의 24% 정도를 운송했지만 이후 6개월 만에 100% 운송계약을 따내는 등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글로벌 업체인 DHL과의 경쟁입찰에서도 승리한 결과다. 현대차그룹의 종합물류 기업인 현대글로비스도 미얀마 진출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희 CJ대한통운 미얀마법인장은 “미얀마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고 시장이 커진다는 것은 물류가 커진다는 것”이라며 “DHL이 내년 현지에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고 하는데 그 이후에 진출했으면 글로벌 물류 기업과 경쟁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상 KOTRA 양곤무역관장은 “미얀마는 결국 발전할 시장이고 누가 선점해 오래 버티느냐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지 기업인들은 “무시할 수 없는 잠재력 앞에는 감내해야 하는 현실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자주 끊기는 전기와 비포장도로 등 열악한 인프라, 글로벌 스탠더드와 거리가 먼 법과 제도, 불안정한 정치 등이다. 한 기업인은 “군부정권에서 아웅산수지 정부로 바뀐 후 외국인 투자 유치에 대해 소극적으로 변한 경향이 있다”며 “외국인 투자가 줄면서 인프라 개선 속도와 경제정책 추진 속도도 느려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주재원도 “음식 차려놓고 ‘어서 오십시오’ 하면서 떠먹여주는 시장은 없다”며 “장기적인 계획 없이 무조건 잘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미얀마에 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관장은 “현지진출을 고려하는 기업들에 최소 5년은 돈 벌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한다”며 “미얀마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양곤=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

박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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