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부분은 정부 지출이 늘었을 때는 경제가 어느 정도 버티다 줄어들면 지표가 확 나빠진다는 점이다. 이번 1·4분기에도 정부 소비가 0.3% 늘어나는 데 그치면서 지난해 4·4분기(3.0%)보다 증가율이 둔화되자 지표가 곤두박질쳤다. 이른바 ‘모르핀 경제’가 일상화하고 있는 셈이다.
더 걱정스러운 점은 정부의 인식이다. 사실 경제 역성장의 조짐은 일찍부터 나타났지만 정부는 이를 애써 외면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말 한국 경제를 평가하면서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고 했다. 올해도 “우리 경제가 여러 측면에서 개선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현실과 동떨어진 상황 판단력을 보여줬다. 곳곳의 위기신호를 감지하고 사전에 대처해야 했지만 정부는 지표가 계속 나빠지는데도 변명하기에 급급했다. 현실인식이 이랬으니 대응이 어땠을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글로벌 통상전쟁 등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인데도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미명 아래 최저임금 대폭 인상 등 부작용이 큰 정책들을 고집스럽게 밀어붙였다.
성장률이 급속도로 떨어지는 것은 경제정책을 대수술하라는 신호다. 기업들이 압박감을 받고 있는 소주성 정책들을 그대로 두고 경제가 살아나기를 바라기는 어렵다. 성장 역주행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야 경제 활력이 높아지고 일자리도 생겨난다. 정부는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이 “수출주도 경제에서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은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대목을 깊이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