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스페인이다. 28일(현지시간) 조기총선을 치르는 스페인에서 1975년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극우 정당이 원내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스페인 극우정당 복스(Vox)의 지지율은 11% 안팎이다. 이를 획득 가능한 의석수로 환산하면 전체 하원 의석 350석 중 30석가량이다. 독재자 프랑코의 오랜 독재를 거친 스페인에서는 1970년대 말 민주주의를 회복한 이후 극우 견제심리가 발동해 극우 정당이 하원에 진출한 역사가 전무했다.
하지만 유럽 전체에 불어닥친 강력한 극우·포퓰리즘의 기류에서 이런 스페인도 비켜나지 못했다. 2016년 총선에서 복스가 0.2%의 미미한 득표율로 원내진출에 실패한 것을 돌이켜보면 3년 사이 극우의 지지율이 50배 이상 급등하게 되는 셈이다.
2013년 창당한 복스는 강한 우익 민족주의 성향의 정당이다. 현 사회당 정부의 포용적 이민정책이나 카탈루냐의 분리독립 추진에 강하게 반발해왔으며, 낙태법 강화, 가정폭력 방지법 폐지를 주장하는 등 반(反)여성주의 성향도 띤 것으로 평가된다. 복스는 라틴어로 ‘목소리’라는 뜻이다. 복스의 총선 후보에는 독재 프랑코 정권을 옹호했던 퇴역 군 장성들이 포진해 있다.
현 원내 제1당인 국민당은 희대의 부패 스캔들에 휘말려 작년 6월 사회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의 불신임으로 민주화 이후 역사상 처음으로 중도 실각한 데 이어, 이번 총선에서 2위권으로 내려앉을 전망이다. 총선 이후 국민당, 시민당, 복스가 연합을 구성해도 의석의 과반을 넘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30% 초반대의 득표로 과반에 못 미치는 제1당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회당은 향후 정부 구성을 위해 다양한 셈법을 놓고 고민 중이다. 총선 후 사회당은 급진좌파 포데모스와 카탈루냐 민족주의 소수 정파를 규합하거나, 중도 시민당과 연합하는 방안 등 다양한 방안을 열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