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노딜' 트럼프 탓한 김정은 "모든 상황에 대비"

[4·27판문점선언 1년]

러 방문일정 마치고 조기 귀국

"美 일방·비선의적 태도로 교착"

든든한 우군확보 자신감 내비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러시아군 의장대의 사열을 받고 있다./블라디보스토크=타스연합뉴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러시아군 의장대의 사열을 받고 있다./블라디보스토크=타스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방러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26일 ‘하노이 노딜’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면서 친 러시아·중국과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거리 두기를 시도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러의 초점이 대미 견제에 있었던 만큼 중러정상회담을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부재중인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블라디보스토크에 오래 머무를 이유가 없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북·러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은 전적으로 미국의 차후 태도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밝혔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푸틴 대통령과 확대회담에서 “제2차 조미(북미)수뇌회담에서 미국이 일방적이며 비선의적인 태도를 취함으로써 최근 조선반도와 지역정세가 교착상태에 빠지고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위험한 지경”이라며 ‘하노이 노딜’의 책임을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탓으로 돌렸다. 김 위원장은 이어 “우리는 모든 상황에 다 대비할 것”이라며 장기전도 불사할 뜻을 확고히 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북러정상회담을 통해 러시아라는 든든한 우군을 확보한 데 따른 자신감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북러 정상회담을 마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열린 환송행사에서 러시아 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북러 정상회담을 마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열린 환송행사에서 러시아 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러시아가 비핵화 협상의 지분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이를 바라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도 불편했을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는 북·러정상회담에 대해 “우리는 북한의 FFVD라는 세계의 공동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계속 긴밀하게 조율해나갈 것”이라며 기존의 완강한 태도를 유지했다. 한편 중국으로 건너간 푸틴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비핵화 해법과 유사한 쌍궤병행(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과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토대로 미국의 태도변화를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오후 3시 27분(현지시간·한국시각 오후 2시 27분께)께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특별열차를 타고 귀국길에 오른 김 위원장은 러시아 태평양함대 2차대전 전몰장병 추모시설인 ‘꺼지지 않는 불꽃’에 헌화한 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2002년 방러 당시 블라디보스토크 시장과 조찬을 함께한 ‘레스나야 자임카’에서 오찬만 진행하고 예상보다 일찍 러시아 일정을 마무리했다.

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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