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이제 초고성능 스포츠카의 전유물이던 수식어 ‘슈퍼(SUPER)’를 탐내고 있다. 슈퍼카는 적어도 500마력을 넘는 출력에 압도적인 고급감을 가진 차다. 페라리나 맥라렌, 람보르기니와 같은 정통 스포츠카 브랜드가 이 단어를 점령하고 있다.
그런데 이달 폐막한 ‘2019 서울모터쇼’에서 이탈리아 고성능 럭셔리 카 브랜드 마세라티가 대표 SUV 르반떼의 ‘트로페오’ 모델을 소개하며 ‘슈퍼 SUV’라는 단어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 차의 능력을 보면 ‘슈퍼’라는 단어가 아깝지 않다. 이탈리아 페라리 마라넬로 공장에서 만들어진 8기통(V8) 엔진은 590마력, 최대 토크 74.8㎏.m의 괴물 같은 힘을 낸다. 덩치 큰 SUV지만 제로백(시속 0→100㎞)이 3.9초, 최고 속도는 시속 304㎞다.
르반떼 트로페오는 고성능 브랜드들의 야심을 보여준 대표적인 예다. 고성능 브랜드들은 SUV가 시장의 대세가 되자 자존심을 버리고 발 빠르게 차체를 높고 크게 키웠다. 가장 성공한 브랜드는 포르쉐다. 포르쉐 대표 SUV 카이엔은 적자에 허덕이던 회사를 일으킨 모델이다. 포르쉐는 처음에는 250마력으로 카이엔을 시장에 내놨지만 DNA는 숨기지 않았다. 카이엔은 ‘터보S’로 진화하며 570마력으로 출력을 끌어올려 슈퍼 SUV의 반열에 올렸다.
이런 흐름의 정점은 정통 슈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의 변심이다. 람보르기니는 지난해 650마력의 괴력을 내는 슈퍼 SUV 우루스를 세계 시장에 내놨다. 람보르기니는 지난해 5,750대를 팔아 창사 이후 가장 높은 실적을 올렸는데 우루스가 출시된 후 6개월간 세계 시장에서 1,700대가 넘게 팔린 효과였다.
럭셔리와 스포츠를 고집하던 브랜드들이 이 대열에 속속 참여하고 있어 슈퍼 SUV는 앞으로 더 많이 나올 예정이다. 알파로메오가 이미 SUV 스텔비오 쿼드리폴리오를 내놨고 콧대 높던 영국의 에스턴마틴이 DBX 콘셉트를 공개하며 곧 SUV 시장에 뛰어든다.
BMW의 고성능 브랜드 ‘M’과 메르세데스-벤츠의 ‘AMG’도 SUV 시장에서 활개치는 스포츠카 업체들을 그냥 보고 있지 않다. 신형 BMW X5 M과 X6 M, AMG GLE 63이 600마력대로 나올 것이 유력하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슈퍼 SUV의 수요층이 일반 슈퍼카에 비해 훨씬 넓다”며 “고성능 브랜드들이 이 영역을 차지하기 위해 격전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