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갖는 가장 큰 약점은 날씨 등 자연 여건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불확실성이 큰 만큼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면 전력 계통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고 산업적으로도 수익과 비용을 예측하기 어려워 그만큼 손해가 커진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찾은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태양에너지수소연구센터(ZSW)에서는 이러한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진행하고 있었다. 우선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한 풍력 발전의 수익성 예측 프로젝트다. ZSW는 일기예보를 디지털화하고 심층 신경 모듈을 활용, 실시간 측정 데이터와 결합해 수익성 예측 모듈을 개발했다. 마르크시몬 뢰플러 박사는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기존 일기예보보다 예측의 정확도를 더 높이고 있다”며 “독일의 푼타 콜로라도와 몬데 레돈도 풍력발전단지 2곳에서 실제 테스트를 해본 결과 90% 수준의 정확도를 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된 전력을 저장해 이를 필요할 때 쓸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또 다른 수단이다. 아직 한국에서는 가격이 비싸고 화재 위험성이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수소를 연결고리 삼아 전력을 가스로 전환하는 ‘파워 투 가스(Power-to-Gas)’ 연구가 활발하다. 재생에너지를 통해 만들어진 전력을 전기분해나 화학분해를 통해 수소로 전환하고 이 수소를 다시 메탄가스로 바꾸는 방식이다.
전력을 가스로 바꾸는 것은 기존에 보급된 천연가스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으면 굳이 수소 공급을 위한 별도의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물론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 기술개발의 관건이다. 뢰플러 박사는 “현재 기술로 전기를 수소로 전환할 때 전환율이 75% 수준이며 이를 다시 메탄화해 액화가스로 만들면 50~60% 효율이 남는다”며 “연구를 통해 전기-수소 전환율을 80~85%, 메탄가스 전환율을 70%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독일은 벌써부터 클린 수소 생산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최근 수소경제 로드맵을 발표한 한국은 오는 2022년까지 필요한 수소 44만여톤을 모두 액화천연가스(LNG)를 통한 개질 수소를 통해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개질 수소의 경우 가격은 현재까지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 중 가장 저렴하지만 생성 과정에서 온실가스와 유해가스를 배출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마이크 슈미트 박사는 “독일에서도 아직 전기분해를 통한 클린 수소는 경제성이 없지만 우리는 현재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아 수력발전소를 활용한 클린 수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천연가스 개질 수소의 가격인 2유로 이하로 낮추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의 기술개발 분야에서 한국은 독일과 비교해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보급에만 치중하고 재생에너지와 관련한 기술 로드맵조차 없다는 게 국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에너지 관련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정부가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만 강조하고 정작 이것을 현실화할 기술적인 세부 실천 프로그램은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도 기술적인 부분은 전혀 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슈투트가르트=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