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신용카드 시장과 수수료 정책

김영기 금융보안원장

김영기 금융보안원장



신용카드 시장은 회원과 가맹점으로 구성된 양면 시장(two sided market)이다. 회원 수가 많으면 가맹점에 대한 협상력이 커지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많은 플랫폼은 양면 시장으로 플랫폼 사업자가 양 당사자들이 원활하게 거래나 상호작용을 하도록 하고 양측 혹은 어느 한쪽에 플랫폼 이용료를 부과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한다. 이용료 수준은 플랫폼 이용자의 수와 규모에 상호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양면 시장에는 구조적으로 참가자 간에 분배의 불공정성이 발생한다. 카드사 수익에 기여하는 고객은 고금리로 카드대출을 쓰는 회원이지만 부가서비스 등 혜택을 받는 사람은 일시불 신용구매 회원이다. 대형 가맹점은 카드사 수익에 크게 기여하지만 과거 대비 수수료율이 높아 불만이다. 중소 가맹점은 카드사 제휴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없고 협상력이 낮아 상대적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듯 카드 시장에는 양면 시장의 특성으로 이해관계자 간에 비용과 효익의 분배가 불공정하다고 느낄 소지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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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시장개입은 시장실패를 보완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시장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가격 규제를 심하게 하게 되면 왜곡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가격 규제에 따른 수익 감소분을 보전하기 위해 카드사는 회원에 대한 혜택을 축소하거나 혜택 조건을 까다롭게 할 것이다. 가맹점 프로모션을 축소하고 밴사에 지급하는 프로세싱 비용도 줄일 것이다. 밴사와 밴대리점은 단말기 유료화, 용역비 청구 등 가맹점에 다양한 형태로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가격 규제는 시장참가자의 전체 후생을 증가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당국의 사회적 약자 보호 노력을 포퓰리즘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제는 시장 기능에 의해 수수료가 결정되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소비자와 가맹점이 결제 수단을 선택할 수 있도록 여신전문금융업법의 가격 차별 금지 조항과 정부의 가격 개입 근거 조항을 폐지하는 것은 어떨까.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는 것은 공정거래법 소관이고 외국에서도 카드 수수료는 대부분 공정경쟁당국이 개입한다. 30년 이상 신용카드 정책은 세원 양성화, 소비 촉진 등의 목적을 다했다. 이제는 현금영수증 시스템도 있고 거래자 스스로 결제 수단을 선택할 여건도 됐다. 정부가 가격의 시비를 따지는 것도 한계가 있고 카드사도 더 이상 정책의 울타리에 안주하면 안 된다. 새로운 선택은 또 다른 길을 만들어간다. 수수료 압력이 아니더라도 지금 결제 시장은 페이 혁명으로 카드사와 핀테크 기업 간 진검승부가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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