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늘의 경제소사] 1961년 비운의 잠수함 K-19 취역

美 잠수함보다 성능 떨어져




1961년 4월30일, 소련 해군이 최초의 전략원잠(SSBN)K-19(사진)을 취역시켰다. 호텔급 잠수함의 1번함으로 진수 2년22일 만의 실전 배치. 길어야 진수 후 6개월이면 취역시키던 당시의 통례보다 긴 시간이 걸렸다. 사고 탓이다. 건조 과정에서 밸러스트탱크에 불이 나 3명이 죽고 시험운항에서도 사고가 잇따랐다. 원자로 최초 가동에서는 냉각기 압력이 허용치의 두 배를 웃돌았다. 연말에는 미사일 발사통에서 2명이 떨어져 사망했다. 소련은 사고에 눈을 감았다. 미국을 따라가기 바빴던 탓이다.


냉전 상황에서 전략폭격기와 대륙간탄도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 전략원잠 등이 미국에 크게 뒤졌다. 무리한 실전 배치 직후인 지난 1961년 7월, 북해함대 훈련에서 치명적인 사고가 터졌다. 냉각기 수압 저하와 방사능 유출로 침몰 위기를 맞은 K-19 잠수함은 죽음을 불사하고 원자로를 식힌 장병들의 헌신으로 간신히 귀항했으나 원자로에 접근했던 8명은 3주 이내에 죽었다. 1970년대까지 수십 명이 방사능 노출로 사망했다고 알려졌을 뿐 정확한 희생자 수는 아무도 모른다. 아직도 비밀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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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슨 포드가 주연을 맡은 2002년 개봉작 ‘K-19’의 배경이 바로 당시의 방사능 유출 사고다. K-19는 이후에도 1990년 퇴역할 때까지 무수한 사고를 냈다. 서방 측은 영화의 부제처럼 ‘과부제조기’라는 별칭으로 불렀다. 정작 승무원들이 붙인 별명은 따로 있다. ‘히로시마.’ 소련이 하자 많은 잠수함을 장기 운용한 이유는 미국과 경쟁하기 위해서였다. 문제는 성능. 함교탑 공간에 사거리가 600㎞인 R-13 미사일 3발을 욱여넣었다. 미사일의 정확도를 나타내는 원형공산오차(CEP)도 컸다. 반경 1.8~4㎞. 수중 발사가 불가능해 부상해야 쏠 수 있었다.

호텔급보다 1년5개월 앞서 진수 5개월 만에 취역한 미국의 전략원잠 조지워싱턴호는 사거리가 2,600㎞인 폴라리스 A1 미사일 16발을 압력 선체 후부에 실었다. CEP는 1.4㎞. 미국은 상대가 안 되는 소련 호텔급 잠수함의 위력을 부풀렸다. ‘호텔급이 8척인 반면 조지워싱턴급은 5척에 불과하니 잠수함이 더 필요하다’고 밀어붙였다. 비운의 K-19와 미국의 과대포장은 흘러간 우화일 뿐일까. 미국이 추진하는 컬럼비아급 전략원잠 12척의 개발·건조 비용은 1,150억~1,280억달러에 이른다. 척당 29억달러인 기존의 오하이오급 전략원잠 18척으로도 세계 최강이건만.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

권홍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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