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급격한 공시가격 현실화를 추진하면서 올해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 이의신청 건수가 12년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역대급’ 수준인 하향 조정 신청이 접수되면서 공시가격 상승률도 당초 예정치보다 소폭 내렸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1월1일 기준 전국 공동주택 1,339만가구의 공시가격을 30일 공시한다고 29일 밝혔다. 앞서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4일까지 소유자의 의견을 청취한 결과 총 2만8,735건이 접수됐다. 지난해 의견접수 건수(1,290건)의 22.3배에 달하며 지난 2007년 이후 12년 만에 최고치다. 이 가운데 상향이 597건, 하향이 2만8,138건으로 공시가격을 낮춰달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이 중 반영된 건수는 총 6,183건이었다.
이의신청이 폭주하면서 공시가 상승률도 예정치 대비 소폭 하향 조정됐다. 서울은 14.17%(예정)에서 14.02%(확정)로, 전국은 5.32%에서 5.24%로 낮아졌다. 서울의 경우 공시가격이 14%가량 오르면서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인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아파트도 50% 이상 늘어났다. 국토부는 30일부터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공시·열람하며 다음달 30일까지 이의신청을 받는다.
<형평성에 고무줄 공시가 논란..고가주택 항의에 더 낮춰>
지난 3월 국토교통부는 올 공동주택 예정 공시가격을 발표했다. 당시 공시가격 9억 원 초과 고가주택을 겨냥한 ‘핀셋 인상’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총 2만 8,735건에 이르는 ‘역대급’ 이의신청을 거쳐 확정·고시된 공시가격을 보면 오히려 고가 주택에서 상당수 하향 조정됐다. 서울 공시가격 9억 원 초과 30억 원 이하 공동주택 숫자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시세 6억 원 이하 공동주택 공시가는 한 자릿수만 상승한 반면 서울에 있는 시세 10억 원 이상~50억 원 이하는 두 자릿수 이상 상승하면서 소유자들의 불만이 많았다”며 “이 구간에 있는 소유자들이 대거 의견을 제출해 하향조정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금액 대에서 하향 조정이 집중 되면서 형평성 논란은 몰론 고무줄 공시가 라는 비판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역대급 이의신청에 소폭 낮아진 공시가 = 이번 공시가격에서 이의신청 건수가 ‘역대급’을 기록했다.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4일까지 공시가격안에 대한 공동주택 소유자의 의견을 접수한 결과, 총 2만 8,735건이 ‘공시가격이 적당하지 않다’며 조정을 요청했다. 2007년(5만 6,355건) 이후 12년 만에 최대 규모다. 정부의 급격한 공시가 현실화로 세 부담이 증가할 것을 우려한 주택 소유자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천시는 시 차원에서 하향 조정을 건의했다. 일부 아파트 단지 주민들을 공동으로 가격을 낮춰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의견청취를 받아 조정된 공시가격 상승률은 지난달 발표된 수치대비 소폭 하향 조정됐다. 조정된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5.24%로 지난 3월 공개된 잠정치 상승률(5.32%)보다는 소폭 낮아졌다. 지난해 인상률(5.02%)과는 비슷한 수준이다
시도별로 보면 서울의 경우 당초 14.17%(예정)에서 14.02%(확정)로 낮아졌다. 서울 주요 자치구도 0.01~0.31%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용산구는 17.98%에서 17.67%로, 동작구는 17.93%에서 17.59%로 낮아졌다. 마포구는 17.35%에서 17.16%로, 서초구와 강남구는 16.02%, 15.92%에서 각각 15.87%, 15.55%로 하향 조정됐다. 수도권 및 지방 주요 시·도 상승률도 잠정치보다 내렸다. 경기도는 4.74%에서 4.65%, 대구광역시는 6.57%에서 6.56%, 대전광역시는 4.57%에서 4.56%, 세종시는 3.04%에서 2.93%로 하향 조정됐다. 공시가격이 시세를 반영하는 수준인 ‘현실화율’은 68.1%로 작년과 같았고 의견 청취 전과 동일했다. 소폭 낮춰진 공시가지만 서울의 경우 2007년(28.4%) 이후 12년 만에 최대 오름폭이다. 이에 따라 공시가격이 9억 원을 넘는 서울의 공동주택 수는 지난해 13만 5,010가구에서 20만 3,213가구로 51% 늘었다.
◇ 핀셋인상의 역풍, 또 다른 형평성 논란 = 이날 발표된 국토부 자료를 보면 서울의 공시가 9억 원 초과 30억 이하 주택은 20만 1,994가구로 집계됐다. 국토부는 앞서 지난 3월에 발표한 예정 공시가격 자료에서 이 구간 대 공동주택이 20만 3,380가구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즉 이 금액 대 공동주택이 예정치 보다 1,386가구가 줄어든 것이다.
반면 다른 가격대에 있는 공동주택 수는 의견청취 이후 오히려 증가했다. 서울 기준으로 6억 원 초과 9억 원 이하 공동주택은 21만 3,771가구(예정)에서 21만 3,976가구(확정)로, 3억원 초과 6억 원 이하 공동주택은 74만 1,712가구에서 74만 2,496가구로 늘었다. 30억 원 초과 공동주택은 1,219가구로 의견청취 전후가 동일했다.
시가 10억 ~50억 원 고가 주택이 몰려있는 서울의 공동주택의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아 하향 조정 의견 접수가 몰렸고, 결국 공시가 9억 원 초과 30억 원 공동주택을 중심으로 공시가 조정이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형평성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깜깜이 산정에 핀셋인상 등을 추진하다 보니 형평성 문제가 계속 불거지고 있다고 말한다. 한 전문가는 “공시제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동주택 공시가격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결정하는 개별 단독주택의 공시가격도 30일에 공시된다. 앞서 국토부는 서울 8개 구에 오류로 추정된 개별 단독주택 공시가격 456건에 대한 재검토를 요청한 바 있다. 이문기 주택토지실장은 개별 단독주택 공시가격 변동률, 재검토 결과 등에 대해 “아직 일부 지자체가 시스템에 공시가격 입력을 마치지 못해 전체 통계를 아직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