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그러진 콜라 캔의 아랫도리로 수풀 무성한 계곡이 펼쳐진다. 푸짐한 샌드위치는 울창한 산들이 떠받치고 있다. 수북한 빵 더미 사이로 소나무가 삐죽 고개 내밀었고 우거진 숲도 보인다. 음식들은 한결같이 화려한 색을 띠고 있지만 자연은 먹으로 그린 흑백 풍광이다. 동양화가 윤엄필의 최근작 ‘그대로의 모습으로 먹다’ 시리즈다.
윤엄필의 개인전이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갤러리인사아트에서 열린다. 인간은 자연에서 많은 것들을 얻고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정작 자연과 인간의 교감은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작가가 질문을 던진다. 자연을 순수한 모습으로, 인간의 본능을 생존을 위한 먹거리로 표현한 것이 그 대답이다.
작가는 “순수자연의 본래 모습은 다양한 색채를 갖지만 단색의 먹색으로 표현하고, 불안전하고 어쩌면 해로울 수도 있는 많은 먹거리들은 원래의 색으로 표현하되 순화와 치유가 필요한 존재로 나타낸다”면서 “어떤 색으로도 물들지 않은 무채색의 순수함은 다양한 색채로 표현된 여러 먹거리들과 서로 공생하며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순수한 자연의 풍광과 생명 본연의 모습을 되찾으려는 의지가 치유의 시간을 만들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