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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박유천 "나를 내려놓기 두려웠다" 팬들은 텅빈 벚꽃길처럼 그를 '삭제'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가수 겸 배우 박유천(33)이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대기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 사진=양문숙 기자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가수 겸 배우 박유천(33)이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대기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 사진=양문숙 기자



구속 이후에도 마약 투약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던 박유천(33)이 29일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끝까지 그를 지지했던 해외 팬들의 희망을 저버리면서 박유천은 사실상 연예계 강제퇴출의 기로에 서게 됐다.


팬들은 지난 10일 박유천의 기자회견 당시만 해도 일말의 기대를 놓지 않았다. 한 팬은 기자회견장까지 찾아와 “하늘을 봐요. 기도할게요”라며 응원하기까지 했으나 혹시나 하는 희망은 물거품이 됐다.

29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등에 따르면 박유천은 “나 자신을 내려놓기 두려웠다”며 “인정할 건 인정하고 사죄할 건 사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말과 함께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다. 자신은 황하나의 마약 투약과 관계없다는 기자회견을 한지 19일 만이다.

그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다시 연기하고 활동하기 위해 하루하루 채찍질을 하면서 고통을 견디고 있는데 모든 노력이 물거품 되는 마약을 생각하거나 복용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며 “그것은 연예인을 은퇴하는 문제가 아닌 제 인생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절박하다”고 말했다. 자신의 인생을 걸었다는 발언에 대중은 흔들렸다.

17일 경찰에 처음 출석할 당시에는 “있는 그대로 조사받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염색과 제모를 하는 등 수상쩍은 행동으로 추가적인 의심을 샀다.

다음날 경찰 조사에서 박유천은 ATM 기기를 통해 누군가에게 돈을 입금한 부분에 대해 “황하나의 부탁을 받고 대신 입금해줬을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마약 투약 증거가 될 수 없고, 간이검사에서도 음성 판정이 나온 만큼 이때만 해도 박유천의 주장을 믿는 팬들이 많았다.

1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황하나에게 마약을 권유한 연예인 A씨로 지목된 박유천이 긴급 기자회견이 하고 있다.  / 사진=양문숙 기자1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황하나에게 마약을 권유한 연예인 A씨로 지목된 박유천이 긴급 기자회견이 하고 있다. / 사진=양문숙 기자


팽팽하던 입장차가 경찰 쪽으로 기울게 된 것은 19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검사결과 박유천의 다리털에서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오면서부터였다.


경찰은 결과를 알리지 않은 채 22일 박유천을 다시 조사했으나 계속 혐의를 부인하자 다음날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유천은 그런데도 변호인을 통해 “어떻게 체내에 필로폰이 들어갔는지 모르겠다”는 당혹스러운 대답을 꺼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도 그는 검사 결과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26일 구속 이후에도 박유천은 마약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증거에 흔들리기 시작했고, 경찰은 “구속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이 큰 것으로 보였다”며 “원할한 조사를 위해 다음에 다시 진술을 받을 것”이라며 돌려보냈다.

그리고 29일, 오전부터 다시 시작된 조사에서 박유천은 결국 모든 것을 내려놓고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다.

경찰 측은 “자신이 이룬 것들을 모두 잃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무작정 혐의를 부인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유천 벚꽃길 벽화 / 사진=연합뉴스박유천 벚꽃길 벽화 / 사진=연합뉴스


뻔뻔하게 이어온 19일간의 ‘대국민 사기극’에 끝까지 믿음을 보였던 팬들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일본 팬클럽 74개 단체는 지난 25일 트위터를 통해 “일관되게 결백을 주장하는 박유천을 전면적으로 지지한다. 그가 진실만을 말하고 있다는 것에 한치의 의심도 없다”며 응원하는 메시지를 보냈으나 뒤통수를 맞는 격이 됐다.

타격은 박유천 본인 뿐만 아니라 그의 소속사와 JYJ 멤버들에게 미칠 영향도 상당하다. 소속사는 국과수 검사결과 발표 직후 전속계약을 해지했고, 동방신기 시절부터 거대한 팬덤을 형성해 온 그룹 JYJ는 더 이상 무대에서 볼 수 없게 됐다.

박유천의 팬클럽 ‘블레싱유천’에서 550만원을 기부해 조성된 인천 ‘박유천 벚꽃길’은 흔적도 없이 철거됐다. 총 280m에 달했던 벚꽃길의 벽화와 안내판 등은 언제 있었냐는 듯 한순간에 사라져버렸다. 그는 뜨거운 지지를 보냈던 팬들의 마음에서도 하얗게 덧칠된 벽면처럼 그렇게 지워져버렸다.

김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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