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근로자의 날을 맞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메시지를 올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경사노위의 조속한 정상화로 좋은 결실을 이뤄내기를 기대한다”며 “과거 기울어진 세상에서 노동이 ‘투쟁’으로 존중을 찾았다면 앞으로의 세상에서 노동은 ‘상생’으로 존중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은 경사노위를 통한 사회적 대화가 정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경사노위는 기존 노사정위원회를 개편해 지난해 11월 출범하며 첫 본위원회를 연 후 파행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형 실업부조, 국민연금 개혁 등 여러 논의가 활발하지만 본위원회에서 통과된 안건은 현재까지 단 한 건도 없을 만큼 초라한 성적표다. 첫 안건이었던 탄력근로제 개편안에 청년·여성·비정규직 계층별 대표 3명이 반대하며 본위원회에 불참하고 있어 안건을 의결하지 못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서면으로 시도했던 의결도 일부 공익위원과 계층별 위원들이 거부하며 무산됐다.
반면 이날 오후 서울시청 광장에서 2만7,000여명(주최 측 추산)이 모인 가운데 ‘129주년 세계 노동절 대회’를 연 민주노총은 투쟁 노선을 재확인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129년 전 선배 노동자들이 일손을 멈추고 투쟁으로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실현하고자 했듯 노동 개악에 맞서는 힘찬 파업투쟁을 조직해 제대로 된 노동의 권리를 쟁취하자”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선언문을 통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우선 비준 △비정규직 철폐 △최저임금 1만원 △재벌 독점체제 전면 개혁 △사회안전망, 사회 공공성 확대 등을 촉구하고 ‘사회 대개혁 과제 쟁취를 위한 7월 총파업’ 방침을 거듭 밝혔다.
앞서 이날 아침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2019 노동절 마라톤대회’를 개최한 한국노총은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을 다시 꺼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사회적 대화만이 구시대의 출구이자 새 시대의 입구”라고 말했다. 김주영 위원장은 경사노위에 대해서도 “지난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운영의 정상화를 위한 모든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경사노위를 축으로 한 사회적 대화가 원활히 재가동되려면 단기적 성과에 매달리기보다 중장기적 의제 위주로 시간을 두고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탄력근로제, ILO 협약 등 초기부터 폭발력 강한 이슈를 떠안으며 과한 관심과 정치적 부담을 받아 대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이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 과정에서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는 민주노총 내에서도 사회적 대화와 타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퍼질 수 있도록 시간과 여유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장홍근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사노위의 모든 주체가 감정적 앙금을 털어내고 ‘왜 사회적 대화를 하려 하는가’부터 성찰하며 기본으로 돌아가는 게 필요하다”며 “작은 것부터 합의를 만들며 공동선을 인식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경사노위에 노사 계층별 위원들을 참여시킨 취지를 살려 빨리 계층별 위원회를 가동하는 등 목소리를 담아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경사노위에는 청년·여성·비정규직 근로자 대표와 중견기업·중소기업 대표가 계층별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박준호·윤홍우기자 violato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