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혁명’으로 10년 후에도 화석연료는 국제에너지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며 위상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셰일원유 등의 공급 확대로 국제유가의 적정선은 지금보다 배럴당 10달러가량 낮은 55~65달러 선으로 예상됐다.
4월3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튼호텔에서 열린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에너지전문가들은 기술발전이 셰일원유 및 가스 생산량을 지속적으로 늘릴 것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비키 홀럽 옥시덴털 최고경영자(CEO)는 ‘새로운 에너지 시대’를 주제로 한 세션에서 “10년 후인 오는 2030년은 물론 2040년에도 여전히 얼마나 많은 화석연료가 사용되고 필요한지 알면 놀랄 것”이라며 “채굴기술 등의 발전으로 셰일 생산이 예상보다 훨씬 많아질 수 있다”고 단언했다.
옥시덴털은 미국 최대 셰일 생산지역인 퍼미안 분지의 개발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석유 메이저 셰브런이 인수하기로 한 셰일 업체인 애너다코 인수가를 50억달러 높인 380억달러로 제시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이날 옥시덴털의 애너다코 인수를 위해 100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히며 셰일의 미래 가치에 힘을 실었다.
그레그 비어드 아폴로자산운용 자원 부문 대표도 “셰일 생산은 파이프라인으로 중단 여부가 결정되지 유가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고 밝혀 기술발전으로 셰일 생산단가가 급속히 떨어지며 산유량이 늘고 있음을 강조했다.
원유·가스 개발 전문업체 해스의 존 해스 CEO는 “미국의 산유량이 10년 만에 하루 500만배럴에서 1,200만배럴로 급증하며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된 것은 셰일 때문”이라며 “미국 경제에서 그동안은 원유 가격이 낮은 게 좋았지만 이제 꼭 그렇지 않은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홀럽 CEO도 “기술 발전이 에너지를 찾는 법과 쓰는 법을 쉽게 바꿀 뿐”이라며 “셰일 등 화석연료의 미래 생산량을 절대 저평가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세계 5대 석유메이저 중 하나인 BP의 밥 더들리 CEO도 셰일 생산의 지속적 확대 가능성을 인정하며 “석유의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배럴당 55~65달러가 유지되는 것이 가장 좋다”면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오펙)도 이런 가격 범위를 지키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럴당 55~65달러인 원유 가격은 현재 국제유가보다 10달러 정도 낮다. 비어드 대표는 오펙이 감산체제를 통해 유가를 지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펜서 데일 BP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국제원유시장은 사우디를 비롯한 오펙의 독과점에서 미국과 러시아의 참여로 삼분됐다”며 “러시아조차 유가 의존이 낮아지면서 향후 20년간 평균 유가는 50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에너지전문가들은 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국제에너지시장에서 미국의 위상 변화를 모르고 좌충우돌하는 데 대해서도 일침을 놓았다. 대니얼 얼진 IHS 마켓 부회장은 “트럼프는 미국이 1980년대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세계 최대 원유생산국이 됐는데 셰일을 과소평가하며 ‘오펙에 전화를 했다’고 트윗을 날려 유가 하락 유도에 몰두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가 이란 제재를 강화하더니 오펙에 압력을 넣었다고 하면서 국제유가를 쥐락펴락한다”고 꼬집었다. /로스앤젤레스=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