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의 업무 특성상 정확한 분석, 냉철한 평가와 판단이 임직원들의 중요한 덕목이지만 가정에서는 이해와 배려하는 사람이 돼 달라.”
2일 오전 금감원의 사내 방송에서는 의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신입 직원이 방송을 진행해왔지만 이날은 윤석헌(사진) 금감원장이 특별히 일일 DJ로 나섰다. 윤 원장은 “가족의 의미를 함께 생각해볼까 한다”며 운을 뗀 뒤 “경제력이나 사회적 지위가 마치 행복을 보장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분위기 속에서, 가족 간에도 지나치게 성취를 강요하고 닦달한 것은 아니었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그는 행복에 대한 하버드대의 연구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하버드대의 조지 베일런트 교수가 700명이 넘는 하버드대 학생과 극빈층 청년이라는 양극단의 사람들을 조사한 결과 행복을 결정하는 요인은 교육 수준, 사회계층, 유전적 특성이 아니라 가족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였다.
윤 원장은 “실존주의 철학자들은 상대방을 판단하고 평가하기 시작하면 그 사람을 제대로 사랑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며 “가정에서는 분석하기보다 이해하고, 평가하기보다 배려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윤 원장은 김종해 시인의 ‘그대 앞에 봄이 있다’를 낭송하고 방탄소년단(BTS)의 ‘봄날’을 전하며 방송을 마무리했다. 이번 방송은 윤 원장이 직접 제안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원고도 김 원장이 직접 작성했다. 일부에서는 임금 삭감이나 인사 적체 등 내부 불만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윤 원장이 이를 다독이기 위해 깜짝 이벤트를 구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혜진·이지윤기자 has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