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새롭게 늘어난 한중 항공운수권이 저가항공사(LCC)들에 대거 배분되며 대형항공사(FSC)들의 독점이 깨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LCC의 신규 취항으로 중국 항공권 가격이 반값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일 국토교통부는 항공교통심의위원회를 열어 운수권 주 70회와 정부가 갖고 있던 운수권 주 104회를 국적항공사에 배분했다. 이번 신규 운수권 확보로 여객노선 수는 기존 57개에서 66개로 늘었다. 운항횟수는 주당 449회에서 588회로 대폭 증가했다.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이 독점하며 황금노선으로 거론됐던 ‘인천~베이징’ 노선은 제주항공(089590)과 티웨이항공(091810)에 각각 주 4회, 3회씩 배분됐다. 다만 현재 운항 중인 셔우두공항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계속 독점하고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인천 출발 노선을 베이징 신공항인 다싱으로 배분받았다. 베이징 남쪽에 위치한 다싱신공항은 오는 9월 말 개항 예정이며 톈안먼광장 기준으로 48㎞, 한국인 거주지역인 왕징에서는 55㎞ 떨어져 있다. 또 다른 황금노선으로 분류된 ‘인천~상하이’ 노선은 이스타항공이 주 7회를 모두 따냈다. 이스타항공은 제주~상하이 노선도 모두 가져갔다. 이번 노선배분에는 ‘인천~베이징(다싱신공항)’ ‘인천~장자제’ ‘인천~난퉁’ ‘청주~장자제’ 등 9개 노선이 신설됐다. 지방발도 24개 노선, 주당 108회 운항에서 29개 노선, 주당 170회 운항으로 확충돼 지방에 거주하는 고객들의 편의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토부는 FSC가 독점으로 운항하던 44개 노선 중 항공 수요가 높은 ‘인천~선양’ ‘인천~난징’ 등 14개 노선을 LCC들에 배분했다. 기존에 중국 노선의 90% 수준을 가졌던 FSC의 비중이 72%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항공·에어부산(298690)·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 등은 각각 강점이 있는 노선들을 따내며 마케팅을 본격화하고 있다. 에어부산은 최근 인천공항에 새롭게 진출하며 ‘인천~선전’ 노선 주 6회를 배분받았고 아시아나가 독점했던 ‘인천~청두’ 노선도 주 3회 운수권을 받았다. 대구·무안·청주·제주 등 국내 지방공항과 하얼빈·시안·장자제 등 중국 지방공항을 잇는 노선들도 에어부산·이스타·제주항공·티웨이 등 LCC에 고르게 돌아갔다. 지방 공항에 거점을 둔 LCC의 경우 기존의 국내선, 중국 노선 등과 시너지 효과를 내 중국인 관광객과 내국인 관광객을 모두 확보할 계획이다.
이번에 신규 노선들이 LCC들에 배분돼 중국 항공권 가격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통상적으로 LCC 항공 운임은 FSC의 20~30% 수준이다. LCC들이 신규 취항하며 공격적 마케팅에 나설 경우 항공 운임은 더욱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항공사 간 경쟁으로 일부 노선에서 수익성이 악화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FSC의 경우 노선별 탑승률이 60~70%, LCC는 80% 수준이어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 지난해 기준 ‘서울~옌청’ ‘서울~난닝’을 비롯해 국내 지방공항과 중국 지방공항, 국내 지방공항과 베이징·상하이를 운행하는 노선 대부분은 탑승률이 50% 수준에 머물렀다. 신규 항공사들이 노선을 따낸 만큼 경쟁이 심화돼 비수익 노선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에 운수권이 배분된 항공사들은 항공당국의 허가, 지상조업 계약 등 운항준비 기간을 거쳐 3~4개월 내 취항할 예정이다.
/박시진·강광우기자 see120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