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문 대통령이 칠레 대통령에 "참 부럽다"고 한 까닭은?

칠레 대통령의 '외교·경제에는 초당적 협력' 자랑에

文 "참으로 부럽다"…'동물 국회' 자성 촉구

"진보-보수 낡은 프레임 안통하는 세상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칠레의 정치권에 대해 “참으로 부럽다”고 말했다. 서로 싸우다가도 외교·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초당적인 협력이 이뤄지는 칠레의 국회와 패스트트랙 문제를 두고 ‘동물 국회’의 모습을 연출한 우리 국회를 비교하며 한국 정치권에 답답함을 호소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사회계 원로 인사들을 청와대에 초청한 오찬 간담회를 열고 지난 29일 한-칠레 정상회담에서 세바스띠안 삐녜라 대통령과 나눈 대화를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주 초에 칠레 대통령이 한국을 국빈방문해서 정상회담을 하고 돌아갔는데 그 대표단 속에 칠레 상원의장, 하원 부의장을 비롯한 의원들이 여러 명 동행해왔다. 함께 왔던 의원들이 전부 다 야당 의원들이라고 한다”며 “삐녜라 대통령님의 말에 의하면 칠레는 여소야대 상황이라 정치적 대립이 많지만 외교 문제라든지 칠레 경제를 발전시키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초당적인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런 말씀이 참으로 부러웠다”고 말했다. 삐녜라 대통령의 ‘자랑’을 전달하며 우리 국회의 자성을 촉구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29일 오전 청와대에서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과 함께한 공동언론 발표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29일 오전 청와대에서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과 함께한 공동언론 발표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여야 협치를 위해 노력을 했음에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이 좀 더 협치 노력을 이렇게 해야 하지 않냐는 말씀들도 많이 듣는다. 당연히 더 노력을 해나가겠다”면서도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약식 취임식을 하는 날 그 취임식 전에 야당 당사들을 전부 다 방문을 했다. 그리고 과거 어느 정부보다는 야당 대표들, 원내 대표들 자주 만났다고 생각하고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도 드디어 만들었다. 그것도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가 정치 상황에 따라 표류하지 않도록 아예 분기별로 개최하는 것까지 다 합의했는데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지지 않고 있다”며 답답한 심경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중앙아시아 3국 순방을 떠나기 전 국회에 계류된 노동법 처리를 위해 여·야·정 협의체를 가동하자고 제안했지만 ‘올스톱’된 국회 상황을 고려하면 이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여·야·정 협의체가) 진작 지난 3월에 열렸어야 하는데 지금 벌써 2달째 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덧붙이며 국회 정상화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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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에서 열린 사회원로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에서 열린 사회원로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갈등으로 인한 사회 분열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가장 힘들게 생각되는 것은 정치권이 정파에 따라 대립이나 갈등이 격렬하고 그에 따라 지지하는 국민들 사이에서도 갈수록 적대감이 높아지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과 ‘더불어민주당 해산 청원’이 각각 170만명과 28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청원 답변 기준인 ‘20만명’을 훨씬 넘어선 기록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국회에서 시작된 진영 대결이 온라인으로 확산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 좌파독재저지특별위원장을 맡은 김태흠 의원을 비롯한 4명의 의원과 지역 위원장이 2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의 부당성을 알리는 삭발식을 하고 있다./이호재기자자유한국당 좌파독재저지특별위원장을 맡은 김태흠 의원을 비롯한 4명의 의원과 지역 위원장이 2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의 부당성을 알리는 삭발식을 하고 있다./이호재기자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한국당 해산 청원의 동의 수가 늘어나는 것이 ’조작’이거나 ‘북한의 지령’ 탓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며 갈등에 불을 붙이고 있는 양상이다. 한국당 정책위의장인 정용기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국당 해산 청원에 많은 국민들이 동의한 것을 두고 “북한의 어떤 지령을 받는 세력에 의해 기획되고 진행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겨냥한 듯 문 대통령은 오찬 간담회 마무리 발언에서 “개인적으로 종북좌파라는 말이 어느 한 개인에 대해서 위협적인 말이 되지 않고 생각이 다른 정파에 대해서 위협적인 프레임이 되지 않는 그런 세상만 돼도 우리나라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며 “이제는 진보·보수, 이런 낡은 프레임, 낡은 이분법은 통하지 않는 세상이 이미 됐다. 그런 프레임을 없애는 데 제 나름대로는 혼신의 힘을 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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