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한 지 한 달이 됐지만, 고객 불만은 여전하다. 5G 기지국 등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세계 최초’ 타이틀을 위해 조기 상용화한 탓이다. 게다가 이통통신사 간 과열경쟁으로 이용자 차별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5G 상용화를 미국 버라이즌보다 먼저 시작하기 위해 지난달 3일 밤 11시 기습 개시한 이후 지난달 29일 가입자 수가 26만명을 넘어섰다. 통신사별로는 KT가 지난달 30일 5G 가입자 10만명을 돌파하며 약 40%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이는 롱텀에볼루션(LTE·4G)을 도입했을 때 10만명을 유치하는데 걸린 시간보다 1.4배 빠른 속도다. SK텔테콤은 8만~9만명, LG유플러스는 7만~8만명의 5G 가입자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5G 기지국이 5만4,200국 가량이 구축됐지만 커버리지 한계로 5G를 이용할 수 없는 곳이 극히 적다는 점이 꼽힌다. 게다가 5G가 연결되더라도 LTE 대비 빠른 속도를 체감하기도 쉽지 않다. 5G에서 LTE로 전환할 때 먹통이 되는 문제나, 5G 때문에 LTE 속도가 느려졌다는 불만도 여전하다. 5G와 LTE 간 전환이 수시로 일어나며 배터리 소모가 기존 스마트폰보다 확연히 많아졌다는 비판도 나왔다.
통신사 간 5G 고객 유치전이 과열 양상을 띠면서 수익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40만~60만원에 달하는 5G 스마트폰 불법보조금 사례도 포착돼 당국이 통신사들을 불러 경고하기도 했다. 이혁주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2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5G 과열로 2분기 이후로는 성과 관련 압박이 뒤따를 수밖에 없어 하반기 수익 전망은 조금 어려울 것”이라며 “통신3사가 어느 단계에서는 과열적 요인을 접고 정상적 차원의 경쟁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부 통신사는 하루 데이터 사용량을 제한하는 조항을 두고도 데이터 ‘완전 무제한’이라고 홍보한 사실이 알려지자 약관을 수정하기도 했다. VVIP 등급 혜택을 추가하는 대신 장기고객·온라인 가입신청 요금할인과 보너스 마일리지, 데이터 쉐어링 등 혜택을 미적용한 데 대해서도 불만이 이어졌다.
김연학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통신사들이 구태의연하게 보조금을 풀며 초기 가입자를 영입하다 보니 이 같은 문제점이 더욱 부각됐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커버리지 확대에 1년은 더 걸릴 것”이라며 “고객이 제대로 5G를 즐길 수 있는 AR, VR 등 5G 콘텐츠가 개발되고 세계 최초 상용화의 이점을 살려 관련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