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토요워치]"내가 주류(主流)다" 원조 뺨치는 신대륙 주류(酒類)

유럽 독주 깨고 남미·아시아 술 주목

일관적인 맛 대량생산으로 몸값 낮춰

마트 와인순위 10위권에 칠레산 6개

日 하이볼 가파른 성장…품귀 사태도

유럽이 지배해오던 주류시장에서 남미와 아시아 등의 이른바 ‘신(新)대륙’ 술이 거센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유럽의 구대륙 술이 전통적 생산방식을 고집하며 깐깐한 애호가를 겨냥했다면 신대륙 술은 대량생산되는 기성복처럼 몸값을 확 낮추며 저변을 넓히고 있다. 특히 2030세대를 중심으로 와인과 위스키 소비가 늘면서 ‘가성비’ 좋은 신대륙 술이 대중화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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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종주국’ 프랑스 위협하는 신대륙 와인=3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로 수입된 와인 중 가장 큰 물량을 차지한 국가는 칠레였다. 칠레산 와인 수입량은 1만988톤으로 와인 종주국인 프랑스(5,495톤)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칠레산 와인 수입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된 지난 2004년 이후였다. 칠레산 와인은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국내로 물 밀듯 흘러들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기준 10위권 와인 안에 칠레산 와인은 절반이 넘는 6개가 포함됐다. 이 중에서 상위권에 자리 잡은 ‘L까베르네쇼비뇽’은 6,000원대로 가격이 저렴하다.


칠레산을 필두로 한 신대륙 와인은 가격은 물론 소비자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았다. 신대륙 와인에는 최근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모스카토’처럼 풍부한 과실향과 달콤한 맛의 와인이 많다. 호주와 아르헨티나산 와인도 이 같은 이유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호주산 와인은 2017년 사상 처음으로 수입액 1,000만달러를 넘어섰다. 박화선 롯데백화점 주류 바이어는 “구대륙에서는 테루아르 기반의 전통적 생산방식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에 수확이 안 좋을 때는 가격 편차가 심하지만 신대륙 와인은 기업형 대량생산으로 맛과 가격이 일관적이라는 장점이 있다”면서 “또 프랑스산 와인은 ‘탄닌’이라는 쓴맛이 느껴져 입문자에게는 어려울 수 있지만 칠레산 등 신대륙 와인은 달콤한 맛이 강해 대중화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신대륙 와인은 입문자에게 친절한 ‘가이드’ 역할을 하면서 소비자를 끌어모았다. 구대륙 와인이 라벨에 포도 수확 연도인 ‘빈티지’와 생산자명, 지역명, 병입사, 알코올 도수, 용량 등 복잡한 정보를 담은 데 반해 신대륙 와인의 라벨은 간단명료하다. 포도의 품종과 그 품종이 나타내는 맛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대표적 호주산 와인인 ‘하디스 틴타라(Hardys Tintara)’의 라벨에는 회사명인 하디스와 제품명인 틴타라, 빈티지인 1998, ‘Shiraz’라는 포도 품종, 생산국만을 표시한다. 와인 초보자가 본인의 취향에 맞는 포도의 품종만 기억하면 되기 때문에 와인의 세계에 쉽게 발을 담글 수 있다. 이외에도 신대륙 와인은 코르크 캡이 아닌 트위스트 캡을 적용하는 등 소비자의 편의를 우선시한다.


◇위스키 시장의 떠오르는 샛별, 아시안 위스키=위스키 시장에서도 일본산 위스키가 작지만 강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마트의 지난해 1~4월 판매량 기준 상위 10개 위스키는 ‘발렌타인’과 ‘로얄살루트’ 등 모두 스카치 위스키가 차지했다. 하지만 올해 1~4월에는 일본과 미국산 위스키가 10위권 안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물론 고급 위스키라고 하면 여전히 많은 사람이 스코틀랜드산 스카치 위스키를 떠올린다. 하지만 최근 150년 역사의 일본 위스키가 ‘떠오르는 별’로 관심을 끌고 있다. 이제 국내에는 잘 알려진 산토리 위스키 외에도 닛카·가루이자와 등 다양한 브랜드를 바탕으로 일본은 미국·스코틀랜드·아일랜드·캐나다와 함께 위스키 5대 생산국가다. 일본 내에서는 탄산수와 섞어 마시는 ‘하이볼’ 마케팅에 힘입어 8년 연속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며 재고 부족으로 품귀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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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일본 위스키가 내수용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2000년대 들어서는 품질도 명실공히 국내외에서 모두 최상급으로 인정받고 있다. 2001년 닛카 위스키 ‘싱글 캐스트 10년’이 월드 위스키 어워드로 최고 득점을 받은 데 이어 2006년 가루이자와 ‘퓨어 몰트’, 2015년 산토리 ‘야마자키 싱글 몰트 셰리 캐스트’, 최근에는 산토리 ‘히비키 21년’이 위스키 바이블(Whisky Bible)에서 세계 최고 위스키로 선정됐다. 지난해 산토리 ‘학슈 25년’은 월드 베스트 싱글몰트, 요이치 증류소의 ‘타케츠루 17년’은 월드 베스트 블렌디드 위스키로 주목받았다.

지난해 1월 소더비 홍콩경매소가 실시한 경매에서는 산토리홀딩스의 싱글몰트 위스키 ‘야마자키 50년’ 한 병이 무려 233만7,000홍콩달러(약 3억3,000만원)에 낙찰됐다. 2011년 150병을 한정판매할 당시만 해도 100만엔(약 1,000만원)에 판매된 위스키가 7년 만에 33배나 몸값이 뛴 셈이다.

최근에는 일본 위스키보다도 더 낯선 대만 위스키가 조금씩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2002년 대만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주류산업 독점이 해제되면서 2008년 처음 선보인 카발란 싱글몰트 위스키가 대표적이다. 아열대 기후의 특성상 알코올이 자연 휘발되는 속도와 숙성속도가 빨라 위스키 제조가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3배 빠른 숙성속도와 생산량을 무기로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다. 2013년부터는 세계적 주류품평대회인 ‘WWA’에서 2년 연속 ‘세계 최우수 싱글몰트상’을 받을 정도로 품질도 인정받으면서 전 세계 7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 ‘하이볼’ 붐으로 위스키 물량이 부족해지자 대거 수입되면서 인지도를 빠르게 높였다.

/허세민·이재유기자 semin@sedaily.com

허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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