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유럽 주변 항공기 운항 마비 사태를 불러온 아이슬란드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 폭발. 사망자 159명, 실종자 256명. 과테말라를 아비규환으로 만들었던 푸에고 화산 폭발.
영화 속에서만 일어날 것 같은 화산 폭발이 한반도에서 일어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대처하시겠습니까?
백두산이 정말 폭발할 가능성이 있는 것일까요? 결론으로 말하자면 ‘YES’입니다. 백두산은 지하에 엄청난 양의 마그마의 존재가 확인된 활화산입니다. 백두산은 폭발할 가능성이 높은 화산 중 상위 10% 안에 들 만큼 활동이 활발한 화산 중 하나입니다. 언제 폭발해도 이상한 것이 없는 고위험군 활화산이죠.
화산의 폭발 규모를 나타내는 지표를 VEI(Volcanic Explosivity Index)라고 부릅니다. 화산분출물의 부피에 따라 가장 약한 0부터 시작해 숫자가 올라갈수록 10배씩 화산분출물의 부피가 증가합니다. 그만큼 피해 정도도 커진다는 의미죠. 지금까지 VEI 8이 역사상 가장 큰 화산 폭발로 기록돼 있습니다.
만약 백두산이 폭발한다면 VEI에 따라 예상 시나리오도 바뀝니다. VEI 3 이하의 경우 화산재의 분출량이 적기 때문에 공기 순환에 의해 금방 희석됩니다. 피해 정도도 미미하죠. 백두산 폭발이 VEI 3 이하로 그친다면 정말 다행한 일이 될 겁니다.
문제는 VEI 4 이상의 분출을 하게 될 경우입니다. VEI 4 이상의 화산 폭발은 넓은 지역에 화산재를 뿌리는 등 광범위한 피해를 만들어 냅니다. 지난 2010년 유럽 주변 항공기 운항 마비 사태를 불러온 아이슬란드 에이야프얄라요쿨 분화는 VEI 4로 평가됐습니다. 여기까지도 그나마 피해 정도가 적은 축에 속합니다. 수많은 연구에서 VEI 4 이하의 화산폭발에는 남한에 피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죠.
최악의 시나리오는 VEI 5가 넘으면 일어납니다. 특히 백두산 폭발은 VEI 7 정도였던 946년 ‘밀레니엄 대분화’ 때와 같은 폭발력을 지니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천지에 가둬져 있는 20억 톤의 물과 천지 지하로부터 상승하는 섭씨 1,000도 이상의 점성이 큰 규장질 마그마가 만나게 되면 필연적으로 폭발적인 분화를 하게 될 것이라는 점 때문이죠.
학자들의 분석처럼 VEI 7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행될 경우 피해는 상상할 수 없이 클 것입니다. 우선 천지에 있는 물 20억 톤이 시속 100km의 속도로 한꺼번에 쏟아져 주변에 있는 북한 양강도와 중국 지린성 지역을 초토화 시킬 것입니다. 기반 시설은 물론이고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치 지진이 일어나고 난 뒤 해안 지역을 휩쓰는 쓰나미와 유사한 피해를 발생시키는 것이죠.
이와 동시에 흘러내린 천지 물과 함께 사상 초유의 라하르(lahar, 화산이 분출된 후 퇴적된 화산암괴나 화산재가 흐르는 물에 섞여 홍수처럼 쓸려 내려가는 현상)가 발생해 주변 토양을 초토화 시켜 버리고 맙니다.
하지만 정작 본격적인 피해는 다음부터입니다. 화산이 분화하며 발생하는 엄청난 양의 화산재가 북풍을 타고 한반도 전역으로 퍼져 햇빛이 없는 날이 이어지게 됩니다. 햇빛이 사라진 한반도에는 어둠이 계속되고 사람의 호흡기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4조5,189억원에 이르는 농작물 피해가 예상됩니다. 화산재는 항공 산업과 정밀을 요하는 제조업 등에도 피해를 입힐 것입니다.
피해 액수로 따지면 실로 엄청난 금액이 나올 것으로 예측됩니다. 지난 2010년 아이슬란드 화산 분화로 인해 유럽 항공산업과 관광산업이 피해를 입어 일일 평균 1억 유로(한화 약 1,280억원)의 손해를 끼쳤습니다. 2010년 국민안전처 ‘화산재해 피해 예측 기술 개발’ 연구에 따르면 백두산 화산이 폭발할 경우 아이슬란드 화산에 약 1,000배 이상의 규모로 예측되고 있는 만큼 직간접 피해액만으로 11조1,895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이 가능하죠.
백두산 폭발의 피해는 한반도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화산재가 대기권을 뚫고 성층권에 머무르게 된다면 전 세계 기온이 1년 내내 최고 2도까지 떨어져 기후변화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유순영 부산대 사회급변현상연구소 연구원의 논문 「백두산 화산재해 시나리오의 사회적 비용 연구」에 따르면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폭발 당시 방출된 수천만 톤의 화산재가 성층권에서 층을 이루면서 일사량을 30% 줄이고, 2~3년 동안 지구 온도를 0.5도 가량 낮춘 바 있습니다. 16세기에서 19세기 중반까지 인류를 괴롭혔던 소빙하기 당시 기온은 1950~1980년 평균보다 0.4도 낮아져 농작물 생산 감소와 질병 등 인류에 악영향을 끼친 것과 다를 바 없죠. 백두산 폭발은 이보다 더 심한 온도 변화를 만들어 내게 되기 때문에 문제는 더욱 심각합니다.
천지 아래에 갇혀 있는 이산화탄소가 대거 배출되면서 인근 주민들이 질식사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천지 밑바닥에는 섭씨 4도의 낮은 온도와 2~3 ㎫의 높은 압력으로 인해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액체·기체의 혼합 상태로 존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일례로 1986년 아프리카 카메룬의 니오스 호수 밑에서 화산이 폭발해 이산화탄소가 대거 분출되면서 주민 1,700명이 순식간에 사망한 것과 같은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얘기한 백두산 폭발의 피해와 가능성은 어디까지는 가정일 뿐입니다. 전문가들은 최악을 가정한 예상 시나리오에 공포를 느낄 필요가 없으며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정부의 매뉴얼대로만 행동하면 일반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피해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이에 대해 국내 화산 최고 권위자인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지나친 공포를 느낄 필요는 없지만 항상 백두산 분화 가능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만약 강원도에 화산재가 1m 이상 쌓인다고 하면 큰 문제가 되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최악의 시나리오일 때를 가정한 것이다. 너무 가상 시나리오에 대해 민감하게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백두산이 활화산이고 언제든지 분화 가능성이 있는 화산이고 그 화산재가 우리 남한 쪽으로도 올 수가 있기 때문에 정부가 언론을 통해 대응 매뉴얼이 전달이 될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 따라서 행동을 하면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온 한반도를 공포에 떨게 한 ‘백두산 폭발 가능성’. 철저한 조사와 연구만이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대규모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길이 아닐까요?
/이종호기자 박원희인턴기자 phillie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