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정부 및 시민사회단체에 따르면 최근 보건복지부는 한국기증자유가족지원본부에 자본금 확대를 위한 계획서 제출을 요구했다. 한국기증자유가족지원본부는 지난 2015년 설립된 국내 유일의 장기기증 유가족들을 위한 단체로 장기기증 유가족 자조 모임, 합창단, 생명존중 캠페인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단체의 활동에 제동이 걸린 건 자본금 규정 때문이다. 복지부 산하 재단으로 법인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자본금 7억원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단체의 자본금은 3,000만~4,000만원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체의 활동 성과에 주목해 복지부에서 지난해 임시 허가를 내줬지만 올해 재심사 과정에서 자본금 확보를 위한 자구책 마련을 통보한 것이다. 재심사 결과에 따라 재단법인의 허가가 취소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단체 측은 “국가가 해야 할 일을 그동안 시민단체에서 해왔는데 국가가 도와주기는커녕 이럴 수 있느냐”며 “장기기증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후원금을 내고 적극적으로 활동했던 유가족들 마음에 상처가 크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장기기증자 유가족들의 상당수는 사회적 시선 등으로 힘들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 ‘장기매매한 것 아니냐’는 부정적 시선까지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많은 유가족들이 가족의 장기기증을 찬성한 뒤에도 과연 잘한 일인지, 괜히 한 것은 아닌지 계속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당장 이들에게 필요한 게 심리치료여서 민간 영역에서 알음알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기를 적출한 후 병원에서 나 몰라라 해 가족이 직접 시신 수습 및 장례식장 이송 등을 책임진 일도 과거 있었다는 게 단체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국내 장기기증은 계속 후퇴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장기기증자는 2016년 573명에서 지난해 449명으로 감소했다. 한국기증자유가족지원본부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이사장으로 선임하며 장기기증 활성화에 주력해오고 있지만 유가족 단체마저 사라질 경우 기증문화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복지부 측은 “다른 재단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일단 자본금을 확충하기 위한 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했다”며 “정부에서도 장기기증자 유가족을 위한 단체의 활동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만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모색해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