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70이 국내 프리미엄 스포츠세단 시장의 새로운 기록을 세우고 있다. D세그먼트(국내 준중형)에 해당하는 스포츠세단 시장은 전통적으로 글로벌은 물론 국내에서도 BMW 3시리즈와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아우디 A4 등이 장악해왔다. 올 들어서는 국내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어 G70이 제네시스 브랜드의 대표 차종으로 급부상했다.
6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제네시스의 스포츠세단 G70은 지난 4월 전년 동월보다 50.7% 늘어난 1,662대를 판매했다. 앞서 3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42.5% 증가한 1,757대를 판매해 2017년 출시 이후 월별 판매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제네시스 G70의 월 평균 판매량은 1,534대로 독일 브랜드의 엔트리 스포츠세단을 압도하고 있다. 전 세계 D세그먼트 시장에서 가장 입지가 두터운 BMW 3시리즈의 경우 올해 월 평균 600여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특히 4월에는 신형인 7세대 3시리즈가 국내 시장에 출시됐음에도 판매량은 624대에 머물렀다. 지난해 12월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해 상품성을 끌어올린 C클래스도 월 700대에 그치고 있다. 올해 인증 문제로 판매가 없는 아우디 A4, 월 평균 60여대가량이 팔리는 재규어 XE 등 경쟁 모델의 월 판매대수 모두 제네시스 G70의 판매량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물론 BMW가 7세대 3시리즈를 내놓은 후 독일 본사에서 배정받는 물량이 적어 공격적인 판매에 나서지 않은데다 페이스리프트한 C클래스가 국내에서 인기가 식고 있는 디젤 모델 위주로 판매되고 있는 점도 G70 판매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G70이 시장에서 성능과 가격으로 독일 스포츠세단과의 경쟁에서 한발 앞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제네시스가 처음 내놓은 스포츠세단인 G70은 세계에서 가장 가혹한 평가의 잣대를 들이대는 D세그먼트 스포츠세단이다. 최적의 무게 배분을 통해 균형 잡힌 스포츠 주행이 가능해야 하고 경쟁모델에 뒤지지 않은 서킷 랩타임(기록)도 필요하다. 일상 주행은 편안한 승차감과 손맛(핸들링)에 해당하는 스티어링 휠의 감각도 좋아야 한다. 이 때문에 G70은 한국과 미국 시장에 등장했을 때 BMW 3시리즈, C클래스와 끊임없는 비교 시험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G70의 판매량이 지난해 7월 현재의 절반인 890대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12월 북미 주요 매체인 모터트렌드가 1949년 창간 이후 처음으로 한국브랜드인 G70을 올해의 차로 꼽았고 북미 국제오토쇼(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도 올해의 차로 선정됐다. 시장의 혹독한 평가를 받으며 경쟁력을 입증받고 연말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올해 월 평균 1,500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 북미 시장에서도 딜러망이 정리되며 지난해 월 200여대 수준이던 판매량이 1,600대 이상으로 뛴 상태다.
G70의 판매 전략도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G70의 주력 모델인 2.2 가솔린 터보(T)의 경우 출력이 최대 255마력에 달하는데다 높은 수준의 옵션을 더해도 4,000만원대에 살 수 있다. 비슷한 출력의 경쟁모델인 7세대 BMW 330i의 가격은 최대 6,500만원을 넘어간다. 무엇보다 3.3 터보 모델은 출력이 370마력까지 올라가고 가격은 5,000만원대다. 경쟁 모델은 BMW가 올해 하반기 내놓을 M340i와 벤츠의 C 43 AMG인데 가격은 7,000만원을 웃돈다. 프로모션을 받더라도 G70과 차이가 크다. 실내 디자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제네시스는 판매속도에 탄력을 받은 G70에 이어 하반기 신형 G80,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으로 빅사이클을 이끌어 낸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G70이 지난해 시장에서 가혹한 평가를 받으며 안착했고 제네시스 브랜드의 성공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내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