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기조에 빠진 국내 경기를 회복시키는 데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미에서 ‘정권 유한, 경제 영원’이라고 말하고 싶다.”(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 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년(5월9일)을 맞아 본지가 지난 2일 ‘문(文) 정부 730일 경제 민심(民心)을 논하다’라는 주제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좌담회에 참석한 4명의 여야 경제통 의원들은 모두 지금의 한국 경제를 위기상황으로 진단하면서도 해법에서는 편차를 보였다.
특히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등 야 3당은 청와대가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한다”며 소득주도 성장 폐기에 이은 경제정책 대전환을 탈출구로 제시했다. 김광림 의원은 “경제를 분석하고 정책을 실천하는 경제부처 공무원조차도 속으로 승복하지 않는 이념화된 정책을 2년간 끌고 가는 것은 더 이상 맞지 않다”면서 “소주성의 바리케이드를 빨리 비켜줘야 시장도 뛰고 경제도 살고 민생도 덜 괴로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은 “정부가 산업을 육성하는 시대는 끝났는데도 (정부가) 옛날식으로 하고 있다”면서 “기업은 실망해 사실상 자본태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30만개의 단기 일자리 같은 숫자 맞추기식 일자리 정책은 안 된다”며 “민간 주도 경제로 바꾸는 등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성엽 평화당 의원은 “소주성 정책은 잘못 설계된 것으로 과속하면서 ‘소득감축경기후퇴정책’이 됐다”고 비판했다.
반면 김진표 민주당 의원은 야 3당의 소주성 폐기 주장에 대해 “지금 겪고 있는 성장통이 앞으로 대한민국 경제의 체질 변화는 물론 또 다른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는 만큼 폐기보다는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의 저성장과 일자리 만들기 부진은 재벌 위주의 경제로 생긴 양극화를 해소하고 소득과 소비가 함께 늘어나는 선순환을 만드는 과정에서 낸 일종의 비용이라고 설명하며 “문재인 정부가 인수위원회도 없이 대선 공약을 시작하다 보니 소주성 정책으로 예상되는 부작용을 막는 정책을 하지 못하고 급하게 적용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대기업·재벌 중심 정책을 고수하면서 생긴 양극화를 바꿔보자는 것으로 지금껏 가보지 않은 길”이라며 “앞으로 성과가 나타날 시기가 오는 만큼 (소주성 정책을) 현장에 맞게 조정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현덕·이태규·김인엽기자 always@sedaily.com
“악재 쏟아지는데 변명·회피…지금은 청와대發 경제위기”
[‘文정부 2년’ 여야 경제통 좌담]
“소주성 고집에 좌충우돌 정책
경제 양날개 기업·노동도 차별
靑 위기 인식 부재가 진짜 위기”
野3당 ‘文 2년 성적’에 쓴소리
與 “올 최우선 과제 ‘활력 회복’
하반기엔 경제 안정될것” 강조
문재인 정부 2년을 맞아 모인 여야 4당의 경제통 의원들은 소속 정당은 달랐지만 현 경제상황이 엄중하다는 데는 동의했다. 다만 원인과 전망, 해법에 대해서는 여당과 야당의 의견이 엇갈렸다. 여당은 “과거 정부 때부터 계속된 대기업·재벌 위주의 경제정책으로 빈부격차가 크게 벌어졌다”며 “현재의 경기 악화는 이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생긴 희생”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하반기에는 경제가 안정될 것이고 경제정책을 현장 상황에 맞게 조정하더라도 소득주도 성장의 정책 방향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야 3당은 “소득주도 성장으로 저소득층이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며 “소주성을 포기하거나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일 본지가 개최한 ‘문재인 정부 730일 경제 민심(民心)을 논하다’ 좌담회는 예정 시간인 1시간 30분을 훌쩍 넘긴 2시간 10분간 진행됐다. 그만큼 거시경제·고용·예산·재정·세금제도 등 경제 전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토론이 진행됐다. 좌담회에는 참여정부 때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교육부총리를 지낸 4선의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참여정부 때 재경부 차관을 지낸 3선의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 국회 4차산업혁명 특별위원장인 재선의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소속된 3선의 유성엽 민주평화당 의원이 참여했다.
-얼마 전 한국은행이 1·4분기 성장률을 -0.3%(전 분기 대비)로 발표했다. 정부는 불과 며칠 전에 경제구조가 탄탄하다고 이야기했다. 경제팀의 상황인식을 어떻게 보나.
△김진표 의원=경제팀도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 그래서 올해 최우선 경제정책 과제를 ‘활력 회복’으로 잡았다. 다만 지난 분기 성장률이 떨어진 데는 몇 가지 특수한 요인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에만 세계 경제성장률을 두 차례나 낮추는 등 대외여건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 후 지방정부 추가경정예산이 지난해 하반기에 집중됐다. 이에 지난해와 비교한 올해 1·4분기 성장률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었다. 정보기술(IT) 리서치 기업인 가트너에 따르면 반도체 수요가 하반기에 늘어나는 한편 5G 투자 증대와 자동차 업계의 미래 대비 투자 등으로 경제가 하반기에는 안정될 것이다.
-이른바 ‘상저하고’론이다. 사실 정부는 지난해에도 연말이 되면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유성엽 의원=지난해 ‘경제가 언제 좋아지는가’라는 질문에 정부는 ‘연말까지 기다려달라’고 했다. 그런데 연말이 되니 2019년까지 기다려달라고 했다. 그리고 이제는 올해 하반기를 말한다. 정부가 경제가 심각한 위기 상황임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변명하고 회피하는 게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 각종 지표가 안 좋게 나오면 정확하게 인정하고 바로잡는 노력을 해야 한다.
△김광림 의원=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최저임금의 긍정 효과가 90%’라고 말하는 등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한다. 대통령이 경제에 대한 공부가 충분히 된 것인지 걱정이 있다. 특히 경제부처 업무보고를 연초에 안 받고 3월 중순에, 그것도 국무총리가 서면으로 받고 그것을 추려내 대통령에게 단 30분 동안 보고했다. 시간을 할애해 공부를 하는지, 아니면 청와대 참모들이 대통령의 심기 관리를 위해 (좋은 면만) 보고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1997년·2008년에는 위기가 해외에서 왔지만 지금은 국내, 특히 청와대발(發) 경제위기라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소주성이라는 정책 방향에 대한 평가를 냉정하게 하고 방향을 전환하면 우리 국민이 이 난관을 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김성식 의원=정부가 경제를 제대로 봐야 한다는 국민들의 기대감마저 없어진 게 아닌가 싶다.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과 반도체 착시를 걷어내니 경제체질을 개선하지 못한 민낯이 드러나고 경제정책 실패마저 겹쳐 잠재성장률 자체가 위태로운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 2년간의 경제정책을 평가하자면.
△유성엽 의원=소득주도 성장은 가계소득을 높여 소비를 진작시키고 경제를 살리는 것인데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지출이 오히려 0.8% 감소했다. 이는 이자비용, 세금 등 비소비지출이 증가해 가처분소득이 감소한 탓이다. 우리 경제가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어려워졌지만 소주성이 여기에 ‘플러스 알파’의 역할을 하며 경제가 더 안 좋아졌다.
△김성식 의원=소주성에 대한 논쟁을 할 때는 끝났다. 논쟁한다고 우리 경제가 나아지지 않는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어려운 계층의 일자리를 더 줄어들게 하고 그 결과 분배까지 악화했다. 현 정부는 소주성 정책을 펴다 지표가 나빠지니 경제정책에 대한 자신감마저 상실하고 신조처럼 이야기하던 ‘사회간접자본(SOC)이 아닌 사람 중심으로 정책을 펴겠다’는 말을 번복하는 좌충우돌 상태에 있다. 이로 인해 국민들이 ‘경제가 좋아지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제일 두려운 일이다. 거시경제는 위축되기 시작하면 바닥을 보기까지 반전이 안 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 상태로 계속 가면 거시경제가 악화만 되고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힘들다. 특히 취약 서민계층일수록 경제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원망도 높아지고 있다.
△김광림 의원=소주성은 경제학 교과서에도 나오지 않고 우리 주류 경제학에서 인정하지도 않는 것으로 세계적으로 시행하는 나라가 없다. 굳이 찾자면 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등 피그스(PIIGS·남유럽 재정위기 국가) 정도인데 이들도 시행하다 실패해서 포기했다. 소득증가를 위해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고 정규직화를 하며 통신료를 낮춰주는 것은 시장의 ‘가격’을 강요하는 것이다. 경제를 분석하고 정책을 실천하는 경제부처 공무원조차도 속으로 승복하지 않는 이념화된 정책을 2년간 끌고 가는 것은 더 이상 맞지 않다. 소주성의 바리케이드를 빨리 비켜줘야 시장도 뛰고 경제도 살고 민생도 덜 괴로워질 것이다.
△김진표 의원=가계 소득을 늘리고 생계비를 경감하며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은 이미 2008년에 IMF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우리나라에 권고한 것이다. 우리는 1995년 OECD 중 소득재분배가 가장 고르게 된 나라였지만 2012년 미국 다음으로 불공평한 나라가 됐다. 이 기간 중 정책이 치명적이게 잘못 운영된 것이고 그 결정적 이유가 재벌중심 경제정책을 너무 오래 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경제정책전환을 한 것이다. 성과는 2~3년 있어야 나타날 것으로 본다. 현 정부에서 부작용이 크게 나타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시차 때문이다.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해 소주성 대선 공약을 바로 집행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근로장려세제(EITC), 아동수당 지급 등 보완책은 올해 들어서야 본격 시행돼 부작용이 커 보이는 것이다.
“낮엔 투자요청, 밤엔 압수수색...기업 氣 살려 투자 끌어내야”
野 “정권 생명 연장 추구보단
장기적 관점의 경제정책 필요
오답노트 만들어 정책 반성을”
與 “기술혁신형 중소벤처 육성
잃어버린 성장엔진 만들어야
모험자본 중심 금융혁신 시급”
-일자리 정책은 어떻게 보는가.
△김성식 의원=세계 어떤 나라도 (공공 부문 일자리 81만개 등) 일자리 숫자를 정책 목표로 제시하는 나라는 없다. 산업정책·기술혁신 등의 결과물로 나타나는 게 일자리다. 하지만 일자리 목표를 제시해 강의실 불 끄기, 풀 뽑기 등 잘못된 일자리를 만드는 쪽으로 관료들을 내몰고 있다.
-적폐청산 드라이브에 대한 생각은.
△김광림 의원=적폐청산도 좋은데 2년 정도 했으면 조용히 했으면 좋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낮에 기업을 방문해 투자해달라고 이야기하고 밤에는 압수수색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나의 사건으로 관련자가 14번씩 포토라인에 서고 11개 기관으로부터 28번 조사당하고 있다. 경제는 심리다. 이런 으스스한 분위기를 거둬야 한다.
-문재인 정부 임기는 3년이 남았다. 해결책은 무엇일까.
△유성엽 의원=성장잠재력을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 우선 필요한 게 노동개혁이다. 하지만 이는 공공개혁을 먼저 해야 명분이 생긴다. 공공 부문을 과감하게 축소 개혁해서 재원을 20조~30조원 확보하고 그것으로 사회안전망을 촘촘하게 짜서 노동유연성을 제고하는 노동개혁을 해야 한다.
△김광림 의원=시장친화적인 노동정책을 펴는 것이 중요하다. 현 정부는 기업가와 노동자를 너무 차별해서 비행기가 한쪽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는 격이다. 노동개혁의 아주 좋은 예가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단행한 하르츠 개혁이다. 기간제 비정규직을 도입하고 연금수급연령을 늦췄으며 실업급여 수급 기간도 늦췄다. 개혁은 인기가 없어서 정권을 잃을 수밖에 없지만 누군가는 해야 한다며 단행했다. 더 놀라운 것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슈뢰더 총리의 라이벌인데 그 정책을 그대로 받아서 추진한 점이다. 이런 개혁이 유럽의 병자인 독일을 유럽의 엔진으로 만들었다.
△김진표 의원=잃어버린 새로운 성장엔진을 어떻게 만들어내느냐가 가장 중요한 과제다. 방법은 기술혁신형 중소벤처기업 육성이다. 그러려면 금융을 과감하게 혁신해서 지나치게 융자 중심인 금융산업 구조를 모험자본 쪽으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 소주성은 기왕에 비용을 지불한 것이니 바꿔서는 안 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다만 지나치게 과도한 것은 현장에 맞게 완화하되 혁신성장을 앞당겨야 하고 새 성장엔진을 만드는 쪽으로 가야 한다.
△김성식 의원=정부가 신산업을 육성하는 시대는 끝났다. 과거에는 조선업이라고 한다면 정부가 대대적인 금융지원을 하고 재벌이 앞장서 돌파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이러한 낡은 성장패러다임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신기술 비즈니스모델은 일단 허용하는 등 규제개혁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무원이 펜대를 놓아야 한다. 현재 기업은 정부의 (규제개혁정책에) 실망해서 해외나 반도체에만 투자하고 국내에는 하지 않는 ‘사실상 자본태업’ 상태다.
-여야 4당의 경제통 의원이 어렵게 모였다. 정치에서 경제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김진표 의원=1992년 대선 당시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을 무너뜨릴 때 ‘바보야, 문제는 경제다(It’s the economy, stupid)’라는 구호를 앞세웠는데 지금은 ‘바보야, 문제는 정치다’라고 말해야 할 상황이다. 지나친 정쟁이 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이 장외투쟁에 나선다지만 경제에 한해서라도 여야정 협의체 운영에 협조해야 한다.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더 이상 잡아서는 안 된다.
△김광림 의원=저성장 기조에 빠진 국내 경기를 회복시키는 데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미에서 ‘정권 유한·경제 영원’이라고 말하고 싶다. 단 5년이라는 정권 생명에 대한 연장이나 창출을 추구하기보다는 여야가 장기적 관점에서 경제 부흥을 꾀하는 게 국가를 위한 진정한 자세다. 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려야 할 것은 선거제 개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등 정치적인 게 아니라 규제개혁, 노동개혁, 서비스산업발전법 등이다.
△김성식 의원=중부담 중복지, 증세, 신산업육성 등과 같은 굵직한 사안은 예전 같으면 한 정권, 정당이 밀어붙이면 되는 일이었고 실제 그렇게 했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다. 국민에게 칭찬받을 일과 부담을 줄 정책을 조합해 정치권이 합의를 보는 형태로 돌파해야 한다. 총선을 1년 앞둔 현재는 그런 형태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내년 21대 국회가 출범하면 1~2년 집중적으로 모든 정당이 일종의 정책협약을 맺고 종합적인 시각에서 경제 난제를 풀어야 한다. 그렇게 품질 높은 정치를 하지 않으면 정치권은 늘 부끄럽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쌓기만 한다는 비판을 받을 것이다.
-끝으로 현 정부에 바라는 점은.
△유성엽 의원=현 정부뿐만 아니라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오답 노트를 안 만들었다. 단임제 정부의 단점일 수도 있는데 경제정책 실패에 대해 반성이 없다. 잘못된 점에 대한 원인과 결과, 목적과 수단을 제대로 구분하는 경제정책으로 부단히 나아가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결여됐다.
△김진표 의원=소주성의 성과가 나타날 수 있는 시기가 다가오니 소주성을 현장에 맞게 조정하되 방향은 그대로 가야 한다. 현재 여러 보완책으로 치유가 되고 있으니 성과가 나타나게 꾸준히 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 안 그러면 게도 잃고 구럭도 잃게 된다. 경제활력정책도 좀 더 속도감 있게 가야 한다. /정리=이태규·안현덕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