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Stock이슈&] 회계개선 방아쇠 당겼지만 불확실성은 여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 1년]

'금감원 통보' 1년만에 주가 30%↓

'K-바이오' 해외 신뢰까지 잃어

기업들 회계리스크 직시 계기로

IFRS 따라 새 제도마련 공감대

증선위 대심제 등 논의 활성화도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분식회계 사태가 1주년을 맞았다. 제재와 관련해 6개월간 금융감독원 감리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를 오갔음에도 이 사안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동안 삼성바이오는 ‘분식회계 기업’의 낙인이 찍혔고 투자자들은 이에 따른 주가하락으로 손실을 봤다. 한국 바이오산업은 대외신인도에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환경 변화에도 기존 방식을 답습해온 금융당국 제재 과정의 문제점을 드러냈다는 점과 기업이 회계의 중요성을 인지하게 됐다는 점, 바뀐 회계 환경에 맞는 금융당국의 제재 및 감독 방향에 대한 논의를 촉발했다는 점 등 긍정적인 영향도 적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1일은 금감원이 삼성바이오와 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 안진회계법인에 삼바의 회계처리 위반 사실과 향후 조치 내용 등을 담은 사전통지서를 보낸 지 1주년이다. 금감원이 장이 열리지 않는 근로자의 날에 사전통지서를 보냈다는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며 삼성바이오 사태의 막이 올랐다. 논쟁의 핵심은 삼성바이오가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평가 방식을 변경한 것이 분식회계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이후 세 차례의 감리위와 총 다섯 차례의 증선위, 금감원의 재감리와 최종 증선위까지 6개월간의 논쟁 끝에 삼성바이오에 과징금 80억원을 부과하고 대표이사 해임권고,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 사태 발생 후 1년이 지났지만 증선위의 검찰고발에 따른 형사소송과 이 결정에 반발하는 삼성바이오가 제기한 행정소송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삼성바이오 사태는 당사자와 전체 산업 생태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우선 분식판정을 받은 당사자인 삼성바이오는 신뢰도에 치명상을 입었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생명을 다루는 제약·바이오산업의 경우 데이터의 무결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에서 자국 감독기관으로부터 데이터와 관련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받은 것은 수출기업에 치명적”이라며 “당장 수치로 반영되지는 않겠지만 향후 사업에 어려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가치도 급전직하했다. 분식회계 통보를 받기 직전까지 50만원을 웃돌던 삼성바이오 주가는 1년 만에 33만원으로 떨어졌다. 이 피해는 고스란히 8만 소액투자자의 몫으로 돌아갔다. 특히 금융당국의 결정이 번복될 때마다 요동치는 주가에 투자자들은 냉가슴을 앓아야 했다. 바이오산업이 우리나라의 미래먹거리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연구개발(R&D) 비용 회계 처리 문제에 이어 시장을 덮친 바이오 대장주의 분식회계 논란에 국내 바이오산업의 경쟁력도 걷잡을 수 없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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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긍정적인 영향도 적지 않았다. 삼성바이오 사태를 통해 그간 회계감리 결과를 두고 한 번의 잡음도 없던 금융당국과 제재대상자가 공개적으로 정면으로 충돌했다. 여기에 삼성바이오의 감사인과 금감원에 앞서 감리를 담당한 한국공인회계사회까지 한데 엮여 논쟁을 벌이며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에 따라 회계환경이 바뀌었음에도 제재를 받는 기업들이 문제 삼지 않고 받아들였던 기존 제재 방식을 도마 위에 올려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이전까지 금감원 검사부서가 사안을 보고하면 제재대상자가 입장해 진술하고 퇴장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온 감리위는 검사부서와 제재대상자가 감리위·증선위 등에 함께 출석해 재판처럼 공방을 벌이는 대심제가 적용됐고 감리위원의 제척기준과 감리위원 명단 공개 여부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만들어졌다. 이 과정에서 금감원이 기업에 보내는 감리위 사전조치 통지서에 제재 이유를 명시하도록 제도가 수정됐다.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감리위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증선위로 넘어갔지만 증선위마저 사상 처음으로 금감원에 수정조치안을 요구하고 재감리를 지시하는 등 전례가 없던 상황이 속출했다.



회계 전문가들은 삼성바이오 사태가 기업들이 회계 리스크를 직시하는 동시에 2011년 도입된 IFRS에 따라 형성된 원칙중심 회계환경에 맞는 제도 마련 논의가 본격화하는 계기였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이후 대한회계학회와 한국회계학회, 회계정보학회 등 주요 회계학회들은 증선위에 대심제 전면 도입 및 회계 관련 재판에 전문가로 구성된 배심원제와 회계심판원 등 기업 방어권 강화 수단을 논의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김이배 대한회계학회장은 “그간 많은 기업이 IFRS를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삼성바이오 사태를 겪으며 관련 논의가 시급하다는 사실이 알려진 셈”이라며 “금융당국 판단의 결과를 떠나 회계의 중요성에 대해 국가나 국민적으로 관심이 커진 것 역시 중요한 성과”라고 말했다.

양사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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