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틱인베스트먼트는 1조5,000억원 규모의 스페셜시추에이션펀드(SSF) 2호 조성을 앞두고 호되게 신고식을 치렀다. 지난달 시민단체 경제개혁연대가 국민연금의 출자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국민연금은 스틱인베스트먼트(이하 스틱)가 조성하는 2호 펀드의 주요투자자로 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국민연금이 주주행동주의 펀드에는 출자하지 않으면서 ‘총수일가에 편의를 제공하는 사모펀드’에 대규모 출자를 하는 것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취지에 맞는지 의문이라며 출자의 적절성을 묻는 공개 질의서를 보냈다.
특히 스틱의 투자 이력을 문제 삼았다. 국민연금이 출자한 1호 스페셜시추에이션펀드를 통해 한화그룹의 한화시스템(한화S&C)과 현대차그룹의 이노션 등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사례로 지목된 기업을 위해 백기사를 자처했다는 주장이다. 새로 조성하는 2호 펀드 역시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스페셜시추에이션 투자는 기존에 기관투자가가 보유하던 자산을 다시 매매하는 세컨더리 거래와 △기업 구조조정 △가업승계 과정 등에서 발생하는 기업의 자금 수요에 대응하는 형태 등의 투자를 말한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이 분야의 대표 주자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3년 LIG넥스원(079550)과 동부팜한농의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해 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가라앉혔다. 성공 경험을 쌓으면서 2016년 6,000억원 규모의 첫 스페셜시추에이션 펀드를 조성했다. 이는 스틱이 국내 대형 사모펀드(PEF)로 자리매김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1호 펀드는 조성된 지 2년 만에 모두 소진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국내 대기업과의 거래뿐 아니라 중소기업 딜에도 쓰였다. 더블유게임즈의 미국 DDI 인수건과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구주 인수가 대표적이다. 최근엔 스틱처럼 SSF 투자 전략을 구사하는 운용사와 증권사가 늘어나고 있다.
PEF가 총수일가에 편의를 제공한다는 경제개혁연대의 주장을 두고 시장의 의견은 엇갈린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PEF의 경영 참여는 재벌 가문 중심의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오너십을 이끌 수 있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펀드의 주요 출자자가 국민연금인데 특정 재벌 오너가 쉽게 좌지우지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PEF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대기업 투자 시 성장성과 경영 투명성을 철저히 검토한다”며 ‘재벌 조력자’라는 일각의 지적에 불편함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특수상황 투자를 주로 구사하는 스틱은 언제든지 재벌 우호세력 논란에 시달릴 수 있다. 스틱의 전체 운용 규모는 3조6,000억원이다. 이 중 약 2조원을 대기업이나 오너의 특수 상황에 투자했다. 해외와 달리 국내는 아직 펀드 운용사가 대기업과 동등하지 않다는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투자금은 많고 투자처는 적은 환경에서는 더더욱 투자자보다 투자받는 기업이 우위에 설 수 있다.
일단 2호 펀드 투자 유치 작업은 순항 중이다. 국민연금은 경제개혁연대의 문제 제기에도 2호 펀드 출자 계획엔 변동이 없다는 입장이다. 스틱 측은 상반기 중 펀드 조성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