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여는 수요일] 심은 버들

0815A38 시로여는수욜



- 한용운

뜰 앞에 버들을 심어


님의 말을 매렸더니

님은 가실 때에

버들을 꺾어 말채찍을 하였습니다.

버들마다 채찍이 되어서


님을 따르는 나의 말도 채칠까 하였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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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가지 천만사(千萬絲)는

해마다 해마다 보낸 한(恨)을 잡아맵니다.

그대 심은 버들 허리 말고삐를 매렸더니 주련 같은 버들가지 손에 먼저 잡히더이다. 하릴없이 꺾어 쥐고 말 궁둥이 채칠 때에 내 살인 듯 아프더이다. 말과 함께 내닫을 때 온산에 봄빛 찬연한데 선혈처럼 붉은 꽃잎 점점이 날리더이다. 이역만리 당도하였지만 말채찍 차마 버릴 수 없어 창가에 꽂았더니 해마다 자라서 천만 가지 나부낍니다. 저마다 말채찍 되어 돌아가자 외치는데 나는 아직도 무슨 할 일이 많아 한 가지 꺾어 쥐지 못하고 올봄도 보냅니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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