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지혜(32)씨에게 ‘가정간편식(HMR)은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다. “엄마 손맛이 덜한 HMR이 무슨?”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씨에게 HMR은 아이들과 얼굴을 보며 부대낄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줬다. 퇴근 후 재료손질부터 요리까지, 부엌에만 붙잡혀 있어야 했던 그는 HMR로 시간의 자유를 얻었다. 그렇게 얻은 시간은 아이들과의 눈맞춤으로, 스킨십으로 이어졌다.
◇요리준비에만 2시간 걸리던 것이 20분으로=여씨는 권혁준(5)·권소윤(4) 연년생 남매를 키우는 주부다. 낮에는 서울 성동구 근처에서 의류생산을 하는 남편 회사에서 일을 돕는다. 다행히 회사가 집에서 가까워 보통 오후6시쯤 나와 서둘러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재료준비를 해 요리를 하더라도 아이들과 저녁을 먹는 시간은 8시가 넘는다. 둘째 소윤이의 취침시간은 9시, 첫째 혁준이는 9시반이어서 저녁을 먹이고 설거지를 하면 막상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은 30분이 채 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집밥을 먹이려다 보니 아이들과 얼굴을 보며 함께할 시간은 없었다.
여씨는 HMR의 영양성분과 짧은 유통기간을 보고 안심이 됐다. 아이들이 명란 달걀말이를 좋아해 여씨는 여러 브랜드의 명란을 꿰고 있다. 이마트의 피코크 명란젓은 냉장이 아닌 냉동으로 유통되는 점이 다른 명란과 달랐다. 피코크 명란젓은 염도가 3.8%에 지나지 않았다. 시중에 파는 냉장 명란젓의 염도가 7~8%인 데 비해 절반 정도다. 저염이기 때문에 냉장으로 유통할 경우 유효기한이 너무 짧아 HMR 상품으로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냉동으로 유통방식을 바꿨다는 설명도 들었다. 발색제도 들어가지 않아 색 역시 시중에서 파는 것만큼 빨갛지 않았다. 아이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움직였다.
피코크 HMR을 만난 뒤 여씨의 저녁 일상도 바뀌다. 그는 오후6시에 퇴근을 하면 미리 장을 봐놓은 HMR 두세 가지로 저녁을 차린다. 재료손질에다 요리·설거지까지 2시간 넘게 걸리던 준비시간이 이제는 20분이면 충분하다. 전자레인지·에어프라이어에 데우기만 하면 돼 준비시간이 6분의1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영양성분=수삼영양밥·삼계탕·너비아니·미트볼·감자샐러드. 여씨가 이날 아이들을 위해 차린 밥상이다. HMR을 선택하면서 생긴 여씨의 고민은 성장기인 두 아이에게 필요한 영양소가 제대로 들었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는 영양성분을 꼼꼼히 따졌다.
3개입인 피코크 수삼영양밥 한 개의 칼로리는 330㎉로 탄수화물 73g, 지방 0.5g, 단백질 8g이었다. 피코크 한우곰탕은 500g짜리반 봉지의 칼로리는 51㎉로, 탄수화물 5g, 지방 1.4g, 단백질 5g, 나트륨 43mg이었다. 피코크 치킨너겟(500g)은 무항생제 닭에 MSG가 첨가되지 않아 식사마다 몇 개씩을 에어프라이어에 돌려 아이들에게 준다. 치킨너겟 100g에는 탄수화물 8g, 지방 8g, 단백질 17g, 나트륨 380㎎이 들어 있다. 3~5세 유아 1일 에너지 권장량은 1,400㎉, 1일 단백질 권장섭취량은 20g, 나트륨 충분섭취량은 1g. 수삼영양밥과 한우곰탕·치킨너겟으로 밥을 차렸을 때 단백질은 30g으로 한 끼 식사만으로도 1일 권장량을 훌쩍 넘어섰다. 나트륨은 총 433㎎으로 1일 충분섭취량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깐깐한 시어머니도 이제는 안심=여씨만 해도 처음에는 HMR 하면, 대학을 다닐 때 시간이 없으면 대충 먹었던 3분 요리가 연상됐다. 3분 요리는 한 끼를 ‘때운다’는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짧은 유효기간과 영양성분을 꼼꼼히 챙겨보면서 HMR에 대한 그의 생각도 달라졌다. 지금은 가장 아끼는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음식이다. 처음에는 시어머니도 반신반의했다. 시어머니에게 HMR은 비싸고 영양성분이 덜한 음식 카테고리로 분류돼 있었다. 그는 수삼영양밥·곤드레밥에 100% 국내산 곡물 외에 어떤 첨가물도 들어가지 않았음을 시어머니에게 보여드렸다. 한우를 사용한 한우곰탕, 시중에 파는 치킨은 항생제 닭인 경우가 많은데 치킨너겟은 무항생제 닭을 사용한다는 점을 알려드리자 깐깐한 시어머니 역시 마음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여씨가 주로 구입하는 HMR의 가격은 수삼영양밥 4,680원, 한우곰탕 3,180원, 치킨너겟 6,980원, 정갈한 소고기 무국 4,580원 등이다. 여씨는 “HMR은 소분 포장이 돼 있어 버리는 게 없는 점에서 만들어 먹는 것보다 비용이 덜 든다”면서 “집에서 재료를 준비해 음식을 만들면 준비 과정에서 버리거나 양이 많아서 먹다 버리는 경우가 있었는데 HMR을 이용하니 그런 불편이 없어 오히려 식비가 줄었다”고 말했다.
여씨의 남편이 좋아하는 메뉴는 버섯들깨탕. 표고버섯·팽이버섯·느타리버섯·건다시마·들깻가루에 고명으로 얹은 대파까지 모두 들어 있다. 냄비에 물을 붓고 건다시마와 소스를 넣고 끊이다 들깻가루를 풀면 끝이다. 번거로운 들깨탕도 5분 안짝이면 뚝딱 완성된다. 작은 냄비가 가득 차는 양이어서 뱃살을 걱정하는 남편의 속은 든든하게 채워주면서도 210㎉의 저칼로리라는 점에서 안심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