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시론]인재 확보 전쟁 나선 미·중·일

김정호 KAIST ICT석좌교수·전기 및 전자공학

세계는 지금 AI기술인력 유치전

우리도 조직중심 기업문화 벗고

'창조적 도전' 하는 인재 키워야

김정호 KAIST ICT석좌교수(전기및전자공학부)김정호 KAIST ICT석좌교수(전기및전자공학부)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에 의한 기계혁명, 2차 산업혁명은 전기에너지 기반의 대량생산혁명, 3차 산업혁명은 인터넷에 기초한 정보혁명이라고 할 수 있고 4차 산업혁명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AI) 혁명으로 정의된다. 빅데이터로 학습한 AI의 인지능력·판단능력·예측능력은 인간을 뛰어넘고 AI를 보유한 집단과 기업이 경쟁에서 확실한 차별적 우위를 갖게 된다. 그 결과 가까운 미래에는 네 가지 직업만 존재할 것이다. AI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개발자, AI 소프트웨어 관리자, AI를 이용한 서비스 사업자, 그리고 로봇이 대체하기 어려운 단순 육체 근로자다.

이런 배경으로 전 세계는 AI 기술과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AI 전략을 수립하고 연방정부에 전달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집체교육에서 AI를 중국의 장래를 차지할 기술로 언급했고 일본 역시 연간 25만명의 전문 인력을 양성할 계획을 발표했다.

해외에서 AI와 관련한 우수 과학자를 자국으로 유치하려는 노력도 대단하다. 연구실 학생들은 박사 학위를 받자마자 애플·인텔·엔비디아·구글 같은 실리콘밸리 기업으로 스카우트된다. 연봉도 억대지만 비자도 기존의 취업비자가 아닌 특수비자(O-1·Extra-ordinary)를 발급해주고 보통 6개월 이내면 가족 전체가 영주권을 받게 해준다. O-1비자는 과학·예술·교육·사업 그리고 체육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유한 외국인의 미국 체류를 허가해주는 것으로 해당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탁월한 업적을 보인 전문가에게만 주어진다. 일본도 우수 과학자 유치에 매우 적극적이다. 연구실 학생이 일본 대학의 조교수로 부임하는데 1년 이내에 가족 전체에게 영주권을 주고 주택 대출도 지원한다고 한다. 보통 일본에서 영주권을 받으려면 10년을 체류해야 한다.


국내 역시 AI 인력의 수요가 넘쳐난다. AI 응용·융합 기술과 인재가 매우 필요하다. 특히 한국은 원천기술이 약하지만 응용기술은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이미 잘 발달한 인터넷 인프라 기술과 더 나아가 5세대(5G) 이동통신, 스마트시티 등의 인프라와 결합할 수 있다. 스마트폰·TV·냉장고·에어컨·가전 등 기존의 경쟁력 있는 하드웨어 산업과 AI 기술이 결합하도록 응용기술을 개척할 수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에도 다양한 AI 기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 AI 분야의 고급 인력에 대한 수요와 공급의 부조화는 심각하다. 우리 교육계의 유연성 부족과 사회 변화에 대응하는 교육당국의 비전 부족이 한 가지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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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업의 근무 환경이 젊고 우수한 인재들에게 최선의 직장으로 만족스러운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많다. 우선 기업들이 과거의 빠른추격자(패스트팔로어) 모델을 신봉하고 있어 일하는 방식을 바꾸기 어렵다. 그 결과 오랜 기간의 축적을 바탕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화하기보다 이미 검증된 기술을 받아들여 빨리빨리 낮은 가격으로 개발 생산하려고 한다. 이러니 개인의 창의성보다 집단의 조직력이 더 중요하고 그 결과 구조가 권위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일과 가정이 병립하기 어렵다.

앞으로는 권위가 직책에서 오기보다 창조와 혁신의 역량, 의지·실천에 따라야 한다. 토론을 중시하고 도전을 존중하며 상호 소통하는 투명한 조직문화가 필요하다. 추격자 모델을 지양하고 미지의 기술과 시장을 개척하는 ‘창조적 개척’ 문화가 존중돼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특히 실력을 갖춘 창조적이고 도전적인 인재의 확보가 우리 국가·사회·기업의 생존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인재를 존중해야 하고 교육과 기업문화의 변화가 필요하다. 결국 우수 인재 확보가 생존의 열쇠이다.

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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