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재테크

거느린 기업만 자산 19조...'드림빅 vs 유사재벌' 규제 갈림길에

[PEF화려함 속 긴 그늘 ④한앤컴퍼니]

시멘트서 車부품·개발업까지

사업영역·규모 재벌 뺨치지만

금융사 간판으로 규제 안받아

공정위, 네이버처럼 예외 확대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할 수도




지난 2012년 초 국내 사모펀드(PEF) ‘맏형’인 MBK파트너스는 공정거래위원회 때문에 홍역을 치렀다. 공정위가 MBK를 상호출자제한 규제가 적용되는 대기업집단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했기 때문이다. 2004년 사모투자전문회사 제도 도입 이후 해를 거듭할수록 성장하던 PEF가 이제는 재벌을 넘보는 수준까지 덩치를 키웠다는 게 당시 공정위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의 반대로 지정은 무산됐고 논란은 현재까지도 끝맺음 없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가 정책을 손볼 경우 대기업집단 지정 사정권에 당장 들어오는 곳은 그간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MBK뿐만이 아니다. 최근 2~3년 새 ‘동종업종 기업 간 결합(add-on·애드온)’을 투자 전략으로 내세우며 인수합병(M&A) 시장의 큰손으로 올라선 한앤컴퍼니(한앤코)도 규제 당국의 칼날 위에 서게 된다. 애드온은 조그만 PEF에서 시작해 세계 1위 주류기업으로 성장한 AB인베브로 유명해진 전략이다. 국내에는 ‘드림빅’이란 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논란이 끝맺음 없이 반복되는 기간에 PEF는 덩치를 얼마나 키웠을까.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사시스템에 따르면 쌍용양회(003410)·한온시스템(018880)·SK해운 등 한앤코가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기업 7곳의 자산 총계는 19조2,558억원이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롯데카드(자본총계 2조1,937억원) 인수에 성공할 경우 공정자산 규모는 21조4,496억원가량. 공정자산 10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기준을 훌쩍 넘어선다. 지난해 5월 기준 재계 순위로 따지면 LS에 이은 18위 수준이다. 덩치로만 놓고 보면 PEF 중에서도 첫손가락에 꼽힌다. 영위하는 사업영역도 시멘트에서 자동차 부품, 해운, 중고차 거래, 개발업까지 망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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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재벌 뺨치는 덩치지만 한앤코가 경쟁 당국의 규제를 피할 수 있는 것은 ‘간판’이 금융회사이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회사의 소유구조가 분산돼 있으면 그 기업집단의 동일인은 그 회사가 되고 동일인이 PEF 같은 금융회사일 경우 대기업집단 지정에서 제외된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PEF를 특정인이 소유하고 있지만 않으면 덩치를 아무리 키워도 대기업집단 지정 걱정을 덜어도 되는 셈이다.

PEF만 규제의 사각지대에 서 있다는 형평성 시비가 벌어지는 것도 이런 이유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이다. 지난해 한앤코는 SK그룹으로부터 SK엔카를 인수한 바 있다. 자동차 중고거래업이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앓던 이가 된 엔카를 규제에서 자유로운 PEF가 사들인 것이다. 또 금융회사지만 금융당국의 감독권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동일인이 금융회사인 은행지주나 보험사 등은 금융당국의 관리·감독하에 있다. 지난해 금융그룹통합감독시스템 도입으로 규제망은 더욱 촘촘해졌다.

물론 아직까진 논란의 추는 한앤코 등 ‘거대’ PEF에 유리하다. 길게는 12년, 짧게는 7년인 펀드의 청산기간을 고려하면 PEF는 예외로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만 공정위는 2017년 네이버를 준(準)대기업집단에 지정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이를 예외를 두지 않겠다는 신호로 읽었다. ‘애드온’ 전략을 구사하는 PEF를 대기업집단에 포함 시키는 것이 업계의 기대와는 달리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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