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정윤모 기보 이사장 "유니콘은 혁신성장 핵심...규제 풀어 제2 벤처붐 일으켜야"

[특별인터뷰]

기술개발·사업화 매진 기업에

창업부터 IPO까지 종합 지원

'예비유니콘 특별보증'도 신설

가치 1조이상 기업 추가 배출

혁신창업 생태계 활성화 위해

정부 적극적인 규제개혁 필요

정윤모 기보 이사장이 지난 7일 여의도 서울사무소에서 새롭게 정립한 기보의 중소벤처기업 지원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승현기자정윤모 기보 이사장이 지난 7일 여의도 서울사무소에서 새롭게 정립한 기보의 중소벤처기업 지원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정윤모 기보 이사장이 지난 7일 여의도 서울사무소에서 새롭게 정립한 기보의 중소벤처기업 지원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승현기자정윤모 기보 이사장이 지난 7일 여의도 서울사무소에서 새롭게 정립한 기보의 중소벤처기업 지원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대대적인 규제혁신을 해야 합니다. 정부가 앞장서서 해내야 합니다. 그래야 유니콘 기업이 탄생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정윤모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내 기보 서울사무소에서 가진 본지와의 특별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기보는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아 단순한 금융기관이 아닌 ‘벤처혁신 종합지원기관’으로 역할 규명을 명확히 하고 제2의 벤처 붐을 일으키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기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일은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이른바 유니콘 기업이 추가로 탄생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유니콘이 나와야 우리 사회의 창업정신을 북돋을 수 있고 청년고용이 창출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배경에서 정 이사장은 실질적인 규제개혁이 이뤄져야 새로운 유니콘 기업이 탄생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현실화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낙연 국무총리 이하 전 행정부가 규제혁신에 나서고 있습니다. 진정성을 갖고 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얻어 현장의 사업가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규제개혁으로 하루빨리 이어져야 합니다. 유니콘 기업은 이런 토대에서 탄생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정 이사장은 “이번 정부가 벤처기업과 창업 생태계 발전에 대한 확실한 콘셉트와 의지를 가진 만큼 각 부처와 정부기관의 역할 분담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기보는 기술평가 등 자체 노하우를 활용해 제2의 벤처 붐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스타트업이 스케일업으로 성공하고 더욱 발전해 1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평가받는 성공 사례가 나와야 한다고 본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뭘까.

“유니콘 기업은 국가 전체의 혁신성장을 이끄는 힘이 탁월합니다. 주요2개국(G2)이라는 미국과 중국을 보세요. 미국의 구글·페이스북·아마존, 중국의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같은 벤처창업기업이 유니콘으로 도약해 경제성장과 혁신을 이끌었어요.”

일자리 역시 마찬가지다. 초기 창업기업들의 일자리 창출 효과는 크지 않지만 이들 기업이 성장하면서 막대한 일자리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정 이사장은 “미국 벤처협회 카우프만재단의 2010년 조사에 따르면 전체 벤처의 5% 정도인 고성장 스케일업 기업이 신규 일자리의 3분의2를 창출했고 한국도 2014년 조사 결과 스타트업 중 10% 정도의 고성장 기업이 신규 일자리의 3분의1을 창출했다”고 말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경우 2011년 5명에서 기업가치가 약 3조원이 된 현재는 직원 수가 600명으로 늘었다.


현재 한국의 유니콘 기업은 7개 정도가 거론된다. 온라인쇼핑 쿠팡, 화장품의 L&P코스메틱, 레저 앱 야놀자, 게임 ‘베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 금융서비스 옐로모바일, 금융 앱 ‘토스’의 비바리퍼블리카, 우아한형제들 등이다. 이들 중 5개사가 성장 과정에서 기보의 지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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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보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15~20개의 ‘예비유니콘’ 기업을 지원해 추가적인 유니콘 기업 탄생을 이끌 방침이다. 그래서 최근 ‘예비유니콘특별보증’을 신설했다. 벤처캐피털로부터 누적 50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고 기술평가 ‘BB등급’ 이상을 받은 기업 중 최근 3개년 매출성장률이 연평균 20% 이상이거나 전년 대비 매출액이 100억원 이상 증가한 회사를 예비유니콘으로 지정해 기업당 100억원 이내, 총 1,000억원의 특별보증을 제공하는 내용이다.

“스케일업에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합니다. 한정된 자원으로 벤처 생태계를 지원할 때 항상 하는 고민이 효율성이냐 형평성이냐인데, 어떨 때는 잘되는 곳에 몰아줄 필요도 있어요. 예비유니콘특별보증의 취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니콘 기업은 한국 경제의 미래이자 탈출구입니다. 창업 당시의 프런티어 정신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기술개발과 사업화에 매진하는 기업은 앞으로도 기보가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돕겠습니다.”

정 이사장은 흑자를 내느냐 적자를 보느냐와 관계없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경쟁우위를 선점하는 한편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는 기업이 유니콘이 될 자격이 있다고 본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존 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독자적인 플랫폼을 조기 구축해 고객을 록인(lock in)하는 전략으로 경쟁우위를 선점하는 기업들을 (지원 대상으로)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쿠팡이나 야놀자는 대규모 인력채용과 투자로 적자를 실현하지만 단기간 고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신산업 분야를 개척하는 등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고 있다”며 “미국의 우버나 에어비앤비처럼 정보통신기술(ICT)을 전통산업에 접목해 새로운 고객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국내 기업들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 이사장은 “이런 기업들은 단기 적자를 보고 있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면서 “이들 기업의 자금조달을 원활하게 만들고 이들이 각자의 비즈니스 모델을 최적화해 지속 가능성을 높여줘야 유니콘이 탄생한다”고 주장했다.

정 이사장은 중소벤처 정책을 다뤄온 공직자 출신답게 한국 경제가 대기업 일변도에서 벗어나 중소벤처기업 중심 구조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발경제 시대에는 대기업이 혁신활동을 통해 경제발전을 주도했지만 언제부터인가 대·중소기업 불균형 관계가 고착화됐고 이제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지 않으면 경제의 지속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게 그의 인식이다.

그러나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다. 정 이사장과 같은 얘기를 한 사람은 과거에도 많았지만 대기업 위주의 경제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저는 스톡앤드플로(stock&flow·저량과 유량) 처방을 제안합니다. 스톡 측면에서는 기술을 보유한 혁신성장군을 집중지원해 혁신창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합니다. 플로 측면에서는 기존 비혁신기업의 연구개발(R&D)과 ICT화를 지원해 이들이 혁신기업으로 진화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혁신을 통해 이미 경쟁력을 확보한 중소벤처기업을 집중지원함과 동시에 혁신이 뒤떨어진 기업이 혁신기업으로 변신하도록 도우면 한국 경제가 자연스럽게 중소벤처기업 중심의 경제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게 정 이사장의 처방이다. 그는 “전통 참기름 기업 중 방앗간에 원적외선을 적용해 저온흡착방식의 프리미엄 참기름을 생산하고 고액의 투자까지 유치한 곳도 있다”면서 “기보는 이 같은 아이디어와 특허·기술 등 무형자산을 미래가치 위주로 평가해 기업의 자발적인 혁신활동을 돕겠다”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인터뷰 말미에 규제혁신 얘기를 다시 꺼냈다. 그는 “중소벤처 생태계 발전을 위해서는 제도·생각·시스템 등을 모두 바꿔야 하는데 그중에서도 규제개혁과 사업가들의 창업정신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런 토대를 바탕으로 기보도 중소벤처기업의 A부터 Z까지를 돕겠다. 우수기술과 창업정신만 있으면 창업 전 단계부터 기업공개(IPO)와 엑시트(exit)까지 모든 단계를 종합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맹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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