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北도발직후 식량지원' 나쁜 신호만 주는 것 아닌가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도발이 확인됐음에도 정부가 대북 식량 지원에 나설 방침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8일 대북 식량 지원과 관련해 “통일부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준비하기 위해 회의를 소집하겠다”고 말했다. 한미 정상이 통화한 지 하루 만에 우리 정부가 식량 지원을 공식화한 것이다. 김 장관의 발언 이후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은 북한이 4일 동해로 쏜 발사체를 “로켓과 미사일”이라고 규정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과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이므로 대북 제재를 완화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정부는 인도적 지원을 명분으로 대북 쌀 지원을 실행에 옮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대북 식량 지원 방식과 규모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최소한 2017년 대북 지원을 하려다 유보된 남북협력기금 800만달러(약 94억원)로 4,000톤의 쌀을 구매해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식량 부족분이 최근 136만톤에 이른다는 유엔의 통계를 들어 지원 규모를 1만~10만톤으로 늘려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원방식으로는 국제기구 또는 정부 채널의 지원 등이 거론된다. 이런 가운데 백악관은 ‘대북 최대 압박 전략’ 고수 방침을 강조하면서도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해 “우리는 개입하지 않으려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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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조기에 대북 지원을 하려는 의도는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고 남북회담과 북미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타이밍이 중요하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 직후에 서둘러 지원한다면 ‘미사일 도발에 쌀 보따리’라는 북한의 오판을 가져오는 나쁜 신호가 될 수 있다. 또 북한의 전술에 따른 ‘도발-협상-보상’의 악순환이 반복될 우려가 있다. 최소한 김정은 정권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분명히 경고한 뒤 인도적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 우리 정부 측과 방한 중인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의 워킹그룹 회의가 식량 지원 속도 조절과 함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로드맵을 논의하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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