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의 공동 창업자인 크리스 휴즈(35)가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의 해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휴즈는 2004년 하버드대 기숙사 룸메이트인 마크 저커버그와 함께 페이스북을 공동 창업했다. 창업 초기 페이스북 대변인을 맡다 2007년 페이스북을 떠난 휴즈는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오피니언 면에 페이스북의 해체를 요구하는 기고문을 개재했다.
총 5,800자 분량에 다다르는 기고문은 소셜미디어계의 최강자가 너무 강력하게 성장한 점을 지적하며 “정부가 저커버그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휴즈는 창업 당시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의 목표를 ‘지배(domination)’이라 표현했고 실제로 그 지배력을 얻은 점을 들었다. 실제 페이스북의 가치는 5,000억 달러(한화 약 590조 원)에 달하며 전 세계 소셜미디어의 80% 이상을 독점하고 있다고 휴즈는 주장했다.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에 대한 페이스북의 인수를 허가한 것은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최대 실수라고도 비판했다. 휴즈는 “페이스북은 소셜미디어 영역에서 모든 경쟁 기업을 사라지게 하는 독점 기업”이라며 단순히 이들을 분리하는 것을 넘어 의회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으로 테크 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휴즈는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오늘 우리가 가진 것(페이스북)은 너무 거대하고 강력하다. 더 중요한 것은 CEO(최고경영자)인 저커버그에게 책임감이 없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휴즈의 주장은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의 갑론을박을 일으켰다. 그의 기고문이 중요한 것을 지적한다며 지지를 표하는 편도 있지만 이미 페이스북으로 수백만 달러의 이득을 본 휴즈가 이제 와서 이러한 주장을 하는 것은 입에 발린 소리라며 평가 절하하는 입장도 있다.
한편 이러한 주장은 최근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공룡 기업’에 대한 해체를 주장하는 정치권의 분위기와 유사한 맥락이라고 분석된다.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은 자신의 트위터 등에서 “약한 반(反)독점법 집행은 기술 분야에서 경쟁과 혁신의 급격한 감소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대선 주자이기도 한 워런 의원은 앞서 페이스북 등 ‘정보기술(IT) 공룡’의 해체를 주장하며 이를 위한 입법 추진을 자신의 대선 과제로 설정한 바 있다. 워런 의원은 “벤처캐피털은 대형 기술 기업과 경쟁할 새로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을 꺼리는데, 그것은 대기업이 성장하는 경쟁 기업을 덥석 사들이거나 업계에서 퇴출하는 게 수월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왓츠앱의 분리만으로는 일부 소셜미디어가 장악한 정보 관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페이스북은 휴즈 기고문의 파장이 커지자 성명을 내고 기업 분리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닉 클레그 페이스북 글로벌업무 총책임자는 “페이스북은 성공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받아들인다”면서 “그러나 성공한 미국 기업의 분리를 요구하면서 책임감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최정윤 인턴기자 kitty419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