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루·미세먼지 등은 천식과 알레르기 비염 환자, 특히 어린이에게 과도한 면역·염증반응을 일으키는 ‘불청객’이다. 둘 다 알레르기 질환이고 전체 환자 4명 중 1명 이상이 9세 이하 어린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알레르기성·혈관운동성 비염 및 천식 진료인원 713만명, 142만명 중 9세 이하 연령층의 비중은 각각 25%(179만명), 27.5%(39만명)나 된다. 집먼지진드기 배설물, 동물의 비듬 등도 알레르기 유발물질이지만 봄철에는 나무 꽃가루의 영향력이 크다.
◇지난해 천식으로 142만명 진료…60세 이상 환자 증가세
알레르기 비염은 콧속 점막이 이런 물질에 과민반응을 일으켜 끊이지 않는 재채기, 맑은 콧물, 코막힘, 코 가려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아침에 심하며 코 옆쪽 눈 가려움증이나 충혈, 축농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알레르기 염증이 코점막에 국한되지 않고 기관지로 확산되면 숨길인 기도(氣道) 점막이 부어오르고 막혀 호흡곤란·기침·천명(쌕쌕거리는 거친 숨소리) 증상이 반복적·발작적으로 나타나는 천식이 생길 수 있다. 소아 천식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알레르기 체질, 천식을 유발하는 주변의 환경적 요인들이 상호작용을 일으켜 면역체계에 혼란이 생기면서 발생한다. 흡연·대기오염·노령에 따른 폐 기능 감소 등이 주된 원인인 노인 천식과 차이가 있다. 방치하면 기관지 조직 변형으로 기관지가 좁아지고 폐 기능 저하, 성장장애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최천웅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조기에 치료하면 금방 좋아질 수 있는 천식을 방치해 만성질환으로 키우는 경우가 많다”며 “오랫동안 천식을 앓으면 염증에 의한 손상·회복이 반복되면서 기도 상피가 손상되고 기관지 벽이 두꺼워지는 등 기도에 세포성·구조적 변화, 즉 개형(改形)이 일어나 약을 써도 호전되지 않을 수 있다”며 조기 진단·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천식으로 진료받는 사람은 지난 2014년 171만여명에서 지난해 약 142만명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인구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60세 이상 진료인원만은 이 기간 41만여명에서 약 44만명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여자 진료인원은 77만여명으로 남자의 1.2배였다.
천식·알레르기 비염 등으로 코·기관지 점막이 부어 있으면 미세먼지 등을 걸러내고 녹여 몸 밖으로 배출하는 데도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적극적인 치료와 증상 악화 예방책이 필요하다.
피부에 염증·상처가 생기면 연고를 바르듯이 ‘기관지 염증’인 천식에는 흡입형 약물을 뿌려주는 게 좋다. 흡입제로는 기관지 염증을 조절하는 스테로이드제와 기관지확장제 두 가지가 있다. 천식은 만성질환이므로 흡입형 스테로이드제는 기관지 염증이 완전히 좋아질 때까지 장기간, 매일 규칙적으로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 흡입제의 양을 늘려도 증상이 회복되지 않거나 흡입제 사용이 어려울 경우 먹는 치료제를 추가로 사용해 치료 목표를 달성한다.
◇‘알레르기 비염·감기려니’ 방심하다 호흡곤란 올 수도
최 교수는 “천식에는 흡입형 스테로이드제가 먹는 약보다 치료 효과가 빠르고 우수하며 전신적 부작용이 적다. 국내외 천식 가이드라인이 가능하면 모든 천식 단계에서 흡입형 스테로이드제를 우선 사용할 것을 권고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흡입형 치료제 처방률이 36%에 불과하고 먹는 약 처방의 비율이 높은 실정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천식을 치료한 의료기관을 평가한 결과에 따르면 환자에게 흡입형 스테로이드제를 처방한 비율은 36.6%로 싱가포르(88%), 대만(55%), 인도(44%)를 크게 밑돌았다. 먹는 약에 비해 불편하거나, 어색하다거나, 사용방법이 어렵다는 이유로 기피하거나 일시적 증상 완화를 이유로 흡입제 사용을 중단했다가 증상이 악화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흡입제는 흡입기를 이용해 들이마시는데 분사형·디스커스형·엘립타형 등 종류가 다양하고 사용법도 조금씩 다르다. 분사형의 경우 스페이서(흡입보조용기)를 끼우면 보다 쉽게 사용할 수 있다. 권혁수 서울아산병원 천식·COPD센터 교수는 “약물이 폐 입구가 아닌 기관지 끝까지 가게 하려면 무엇보다 호흡방법이 중요하다”며 “숨을 최대한 내쉬었다가 약제를 5초 동안 천천히 깊게, 끝까지 들이마신 뒤 10초간 숨을 참으면 3~4초 참는 것에 비해 효과가 2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스테로이드제를 흡입한 뒤 입 주변과 입안에 약물이 남아 있으면 구내염 같은 국소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가글·양치 등을 통해 입안을 잘 헹궈야 한다.
알레르기 비염을 감기려니 여기다 병을 키우지 말고 전문의로부터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 조유숙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오랫동안 알레르기 비염을 앓은 환자들은 기침, 호흡 불편, 가슴 답답함 같은 천식 증상을 비염 증상으로 오인해 심한 호흡곤란이 생긴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손경희 경희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노인은 젊은 사람에 비해 천식 증상 호소율이 낮은 편이므로 기침이 1개월 이상 오래가거나 감기가 잘 낫지 않으면 천식을 의심해야 한다”며 “천식을 방치하면 기도가 좁아지고 경련이 일어나 심각한 호흡곤란이 발생하므로 조기 진단·치료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아동과 노인의 경우 면역력이 약하기 때문에 천식 악화에 더 취약하므로 미세먼지가 심한 날 바깥 활동을 줄이고 외출 시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