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시그널] '두 번 실패는 없다'...SK, 중국 충칭서 의료사업 재도전

2004년 베이징 진출 후 5년만 철수

충칭과 청두에 3,000억 투자해 병원사업 재개

(오른쪽)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016년 9월 하이닉스 충칭 공장을 방문, 후공정을 통해 생산중인 반도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서울경제DB(오른쪽)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016년 9월 하이닉스 충칭 공장을 방문, 후공정을 통해 생산중인 반도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서울경제DB



SK그룹의 중국 의료진출사업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2004년 첫 시도가 실패한 후 두 번째 도전인 만큼 전략과 사업파트너, 지역 등 전 분야의 전열을 재정비 했다. ‘차이나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철저히 현지 중심, 틈새 공략으로 접근하고 있다.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는 중국의 병원경영기업과 손잡고 충칭(重慶)과 청두(成都)에 민영병원 사업을 위한 합자회사를 설립한다. SK는 초기 투자금으로 약 3,000억 원을 투자하며 현지 병원을 인수해 병원 네트워크를 형성할 계획이다. SK는 중장기로 계획으로 국내 재무적 투자자의 추가 투자도 염두에 두고 최근 이 같은 청사진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몇몇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SK는 중국의 민영병원 중 대형에 속하는 3급 병원을 설립하며, 2군 도시의 부유층을 주 고객으로 겨냥하고 있다. 노화방지나 질병 치료 후 관리, 성인병 방지 등이 주요 대상이다. 3급 병원은 500병상 이상의 규모를 갖춰야 하며 의료 설비와 정보화 시스템 수준이 높다. 중국에서는 가벼운 질환이나 간단한 검사가 필요한 환자도 3급 병원을 선호하고 있어 수요가 높다.

중국에서는 해외 자본을 토대로 민영병원이 기업화하고 있으며 상위 10곳 중 절반이 외국 자본이 들어간 합자병원이다. 성공한 민영병원은 상장이자 투자 유치로 자본을 확충한 뒤 전국에 체인을 확장하고 있다.



쓰촨성에 있는 충칭과 청두는 상대적으로 우리기업 진출이 더딘 신흥 경제지구인 중국 서부권에 위치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2000년부터 10년 단위로 개발계획을 진행했고, 최근에는 충칭이 일대일로 사업의 관문 역할을 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SK하이닉스(000660)의 제조라인이 들어선 도시이기도 하다. 청두 역시 텐센트 바이두, 징둥 등 정보통신(IT)기업들의 연구개발(R&D)센터가 집결해 있다.


SK그룹은 2004년 중국 베이징에 SK아이캉 병원을 세우고 고급 의료서비스를 펼친 바 있다. 중국이 의료시장을 개방한 후 해외 기업에서는 첫 시도였다. 국내 의료법인과 합작해 병원 운영을 시작했고, 치과·안과·피부과·성형외과·이비인후과 이외 성형미용, 부인과, 소아과, 중의과 , 건강검진 등을 육성과목으로 키우기도 했다. 당시에도 병원뿐만 아니라 의료인력 양성, 신약개발사업까지 의료와 관련한 전 과정을 아우르겠다는 게 목표였다. 최태원 회장의 역점 사업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사업은 5년 만에 SK가 철수하면서 실패로 끝났다. 기본적으로 현지화하지 못한게 원인이지만 최근의 사드 여파처럼 정치적 이유도 컸다. 당시 한국 외교부 직원이 중국 병원에서 시술을 받다 사망했고 양국 외교부가 마찰을 빚으면서 중국 당국이 엉뚱하게 SK아이캉 병원을 집중 점검하며 영업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사업을 추진했던 SK그룹 내 주요 인물들은 15년 만에 다시 뭉쳐 그룹의 컨트롤 타워인 수펙스에서 재도전을 총지휘하고 있다. 과거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주요 전략은 바꿨다. 일단 처음부터 국내의 의료법인을 끌고 들어가지 않고 철저히 현지 파트너와 시작한다. 다만 미국 의학박사 출신의 한국인을 수펙스에 합류시켰다. SK그룹은 그룹 내 중국통을 활용하는 한 편 SK그룹의 바탕에 깔린 상사(商社) 특유의 DNA를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과거와 달리 외국 자본을 통한 의료 민영화 장벽을 낮췄고, 소득 증가로 고급 의료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민영 의료기관은 한국과 달리 의료와 행정이 분리된 기업형 경영을 선호하며 대규모 자본투자가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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