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들어 지난 3월까지 거둬들인 국세 수입이 전년보다 8,000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경기침체, 부동산 거래절벽 등이 겹치면서 4년 연속 이어진 세수 호황기가 끝나고 세수 빈곤기에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 기획재정부가 펴낸 ‘월간 재정동향’ 5월호를 보면 올해 1~3월 누계 국세수입은 78조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00억원 감소한 규모다. 연간 목표 세수(294조8,000억원) 대비 징수실적을 뜻하는 세수진도율은 26.4%로 1년 전보다 2.9%포인트 떨어졌다. 지난해보다 세금이 걷히는 속도가 더디다는 뜻이다.
국세 수입 감소는 지방분권 강화 차원에서 올해부터 시행된 지방소비세율 인상(11→15%)의 영향이 크다. 이에 따라 1~3월 부가가치세 수입은 16조1,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6,000억원가량 줄었다. 이 효과를 제외하면 1·4분기 세수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이달 초까지 유류세를 15% 인하하면서 교통세가 4,000억원 감소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나마 법인세(22조2,000억원)가 지난해 반도체 호황과 최고세율 인상 효과로 전년보다 1조4,000억원 더 걷혔다.
문제는 앞으로다. 지난해 말부터 반도체를 중심으로 경기침체가 두드러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초과 세수는커녕 정부가 지난해 말 전망한 세입 예산에도 못 미치는 세수 결손까지 우려해야 할 상황이다. 특히 정부는 올해 법인세가 지난해보다 11.9% 많은 79조3,000원 걷힐 것으로 예상했지만 여기에는 지난해 4·4분기부터 추락하기 시작한 반도체 업황이 반영되지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말 반도체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하면서 법인세가 전망보다 덜 걷힐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해 세수 풍년을 이끈 부동산 경기까지 얼어붙었다. 지난해는 양도소득세가 전망치보다 7조6,000억원 많은 18조원 걷혔지만 올해는 거래절벽으로 아파트 매매량이 최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해 예상치 못한 감면이 늘어난 것도 세수에는 부담이다. 증권거래세가 오는 6월부터 0.05%포인트 인하되면서 세수가 1조4,000억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며 유류세 인하조치 연장으로 교통세 수입 감소도 불가피하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올해는 초과 세수가 없을 것”이라며 “내년의 경우 올해 기업 실적도 부진해 세수 기반이 더 안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