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문제로 뒤숭숭하던 영국이 모처럼 날아온 밝은 소식에 들떠 있다. 지난 6일(현지시간) 영국 해리 윈저 왕자의 아내 메건 마클 왕자비가 몸무게 약 3.26㎏의 건강한 아들을 출산했기 때문이다. 난맥상을 겪고 있는 브렉시트 문제에 혼란스러움을 느꼈던 영국 국민은 아기가 태어난 후부터 윈저궁 밖에 삼삼오오 모여 아기의 건강과 행복을 빌었다.
‘로열 베이비’의 탄생은 영국 경제에 훈풍을 불어넣는다는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영국 소매업체들은 ‘베이비노믹스(Babynomics)’란 말까지 써가며 로열 베이비 탄생이 가져올 경제 효과를 한껏 기대하고 있다. 로열 베이비가 가지는 ‘마케팅 파워’는 단기적으로는 기념품 판매 증가와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후광효과가 있다. 추후 이들이 입는 영국 아동복 등의 브랜드는 일단 선택됐다는 이유만으로 뭇 영국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관련 제품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갈 것이다.
이미 해리 왕자의 득남 소식에 이를 기념한 공식 곰 인형 가격은 온라인에서 7배 이상 치솟기도 했다. 새로운 ‘로열 베이비’의 소식이 전해진 6일 밤 온라인 경매 사이트 이베이에는 이를 기념한 공식 테디베어가 900파운드(약 138만원)에 올라왔다. 알파카 털과 면, 비단으로 만들진 이 인형은 목에는 리본을 둘렀고 왼쪽 발바닥에는 황금색 실로 왕관과 숫자 ‘2019’라는 자수가 놓여 있다. 앞서 영국의 메리소트 사(社)가 왕립 자선 단체인 ‘로열 컬렉션 트러스트’로부터 독점권을 받아 100개 한정판으로 제작한 이 인형은 출시되자마자 모두 판매됐다. 이 같은 높은 인기에 테디베어의 이베이 경매가는 순식간에 본래 판매가(125파운드)보다 7배 이상 급등했다.
한정판으로 제작된 ‘하이그로브 아기용품 바구니’ 역시 로열 컬렉션 트러스트의 공식 사이트에서 완판됐다. 곰 인형과 유기농 목욕용품이 담긴 이 상품의 가격은 190파운드(29만원)에 달한다. 한 주 전만 해도 왕실 기념품을 판매하는 로열 컬렉션 트러스트는 새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으나, 이 같은 발표와 달리 해리 왕자의 득남 직후 공식 기념품이 발매되자 관련 제품은 순식간에 동이 났다.
앞서 지난해 4월 해리 왕자의 형인 윌리엄 왕세손의 셋째 아이가 태어날 때도 비슷한 현상은 빚어졌다. 윌리엄 왕세손의 셋째는 이미 태어나면서부터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윌리엄 왕세손 부부가 런던 세인트 메리 병원의 부인과 병동인 ‘린도 윙(Lindo Wing)’ 현관에서 포대기에 감싼 셋째를 공개하면서 이 병원은 특별한 마케팅 기회를 갖게 됐다. 포대기로 사용된 ‘G. H. 허츠 앤 손즈(Hurt and Sons)’는 이미 후광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찰스 왕세자와 고 다이애나비가 윌리엄 왕세손과 해리 왕자를 출산했을 때는 물론 윌리엄 왕세손 역시 첫째와 둘째인 조지 왕자와 샬럿 공주를 출산한 뒤 이 브랜드의 포대기나 숄 등을 이용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조지 왕자와 샬럿 공주는 아동복 등 패션업계에서 유행을 선도하면서 영향력을 증명해 왔다. 왕실 가족 모임이나 결혼식 등에서 조지 왕자가 입은 아덴아나이스, 수누바, 레이첼 릴리 등의 브랜드는 매출 증가로 뜨거운 인기를 제대로 느꼈다.
아동복 수누바의 공동 창업자인 사브리나 나가르는 “조지 왕자가 세 살 생일 때 우리 티셔츠를 입자 한 시간안에 해당 제품이 매진되는 등 효과는 추정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우리 브랜드에 기념비적인 순간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레이첼 릴리 관계자는 “조지 왕자가 우리 브랜드 옷을 입은 모습이 사진에 찍힐 때마다 해당 아이템은 물론 우리 사업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