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이 최우수고객(VVIP)을 대상으로 진행한 ‘부동산·세무 세미나’가 한창인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그랜드앰배서더호텔 컨퍼런스룸에선 빈 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김효선 농협은행 WM연금부 부동산 부문 수석위원이 최근 부동산 정책 변화에 따른 투자 동향을 설명하고 질의응답을 진행하자 고객들의 질문이 쇄도했다. 최근 고액자산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진 대출채권펀드부터 해외 부동산 투자까지 다양한 관심사를 반영한 질문들이 오랜 시간 이어졌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김인태 농협은행 마케팅부문 부행장은 “최근 부동산 정책 변화에 따라 세금 부담을 최대한 줄이면서 수익률을 높이고 싶어하는 투자자들의 요청이 쇄도해 이번 세미나를 마련했다”며 “이달 중 제주, 경기, 경남, 전남 등 지방 VVIP 고객들을 위한 세미나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동안 부동산 시장 침체로 주춤했던 시중은행의 VVIP 대상 부동산 투자 설명회가 최근 잇따라 개최되고 있다. 우리은행이 최근 본점에서 베트남 주택 시장 투자팁을 공유하는 투자설명회를 개최한데 이어 KEB하나은행은 송파구의 떠오르는 상권인 송리단길과 방이동 먹자골목 일대를 탐방하며 상권과 실제 매물을 분석하는 투어 세미나를 진행했다.
이와 관련 김영호 KEB하나은행 클럽1 PB센터장은 “주택시장의 침체가 이어지고 있지만 일부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자산가들의 관심은 여전하다”며
“균형 있는 포트폴리오 배분을 중시하는 고액 자산가들로선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더라도 비교적 수익성과 안정성을 갖춘 부동산 상품을 꾸준히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고액자산가들의 부동산 투자 방식이 과거와 달라진 점은 대출채권펀드, 상장 리츠, 일본 등 해외 부동산 투자 등으로 형태가 다변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매매 시장 위축, 양도세·증여세 등 세금 부담 증가로 비교적 유동화가 쉽고 세제 변화에 따른 영향이 제한적인 간접 투자 상품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안은영 신한PWM판교센터 팀장은 “여전히 고액자산가들의 관심은 부동산에 있지만 과거와 달라진 점은 직접 투자에서 간접 투자로 옮겨왔다는 점”이라며 “배당 매력이 높고 매매가 쉬운 상장 리츠로 돈을 번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평소 증여 이슈 등으로 고민이 컸던 투자자들 상당수가 간접투자 상품으로 옮겨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화폐개혁 가능성도 고액 자산가들의 관심이 부동산 등 실물자산 위주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또 다른 배경이다. 화폐개혁이 야기하는 원화 가치의 불확실성이 자산가들의 보수적인 투자 성향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정성진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양재PB센터 팀장은 “화폐 리디노미네이션이 실행될 경우 보유 금융자산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당장 금이나 부동산, 달러 자산 같은 실물 자산을 찾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며 “최근에는 일본 쇼핑몰을 매입하는 사모펀드를 설정해 임대료 수익을 안정적으로 배당받으면서 4~5년 후 엑시트하는 상품을 판매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