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협상이 ‘시계 제로’에 접어들자 원·달러 환율이 10원 넘게 급등하며 1,190원 선에 바짝 다가섰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하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13일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보다 29.03포인트(1.38%) 내린 2,079.01로 거래를 마쳐 2,080선이 붕괴됐다. 외국인이 1,397억원, 기관이 1,30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닥지수도 13.82포인트(1.91%) 하락한 708.80으로 마감했다.
외국인이 증시에서 이탈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10원50전 오른 1,187원50전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17년 1월16일(1,182원10전) 이후 2년4개월 만에 처음으로 1,180원대를 상향 돌파한 것이다.
미중 무역갈등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와 원화에 등을 돌린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중국이 합의를 깨고 다시 협상하려고 했다”며 “중국으로부터 관세로 수백억달러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대중 압박에 나섰다. 개장 전 발표된 이달 1~10일 수출지표 부진도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
아시아 증시도 속절없이 무너졌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0.72%, 중국 상하이지수는 1.31%, 대만 자취엔지수는 1.44% 각각 떨어졌다. 일본 증시는 ‘10일 연휴’를 마친 7일부터 5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지난주 미중 무역갈등의 여파가 이번주 초에도 지속되는 영향이 가장 크다고 본다”며 “미중 무역갈등을 본 시장의 심리가 달러 강세에 치우쳐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미중 충돌로 글로벌 경기가 악화할 경우 ‘매각’해야 할 통화로 호주달러·대만달러와 함께 원화를 지목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