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이 대형 관세 부과라는 폭탄을 서로 주고받은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달 일본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날 것이라고 13일(현지시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그동안 예고해온 3,000억 달러 규모 이상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이 안 됐다고 덧붙였다. 중국이 6월부터 미국산 제품에 최고 25% 까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강경 대응을 보이며 맞불을 놓자 달래기에 나섰다는 관측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을 방문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의 회담에서 기자들에게 다음 달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시 주석에 대해 “우리는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우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만날 것이고, 그것은 아마 매우 결실 있는(fruitful) 회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고율 관세를 부과한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 외에 나머지 3,25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산 제품에 보복성 관세 부과 조치를 취하는 등 강경한 대응을 보이자 미국이 일단 한발 물러섰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나머지 3,000억 달러 이상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거듭 경고해왔다. 미 무역대표부(USTR)도 10일 홈페이지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 절차를 개시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결정된 바가 없다”는 식의 대응을 보이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치고 빠지기’라는 풀이도 나온다.
미·중은 각자 고율의 관세 폭탄을 주고 받았지만 적용시기가 수 주일 남은 만큼 G20에서 협상이 잘 풀리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10일 오전 0시 1분 이후 중국에서 출발한 중국산 제품부터 인상된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중국산 화물이 선박편으로 통상 미국에 들어오는 데 3∼4주가 걸리므로 그만큼 협상 시간을 번 셈이다. 중국 역시 추가 관세 부과 시점을 6월 1일로 설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