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버스 노조 파업의 원인 중 하나로 주 52시간제에 따른 인력 충원 문제가 지적되면서 비슷한 시점에 똑같이 노동시간이 단축되는 다른 특례제외업종들도 노동시장의 ‘시한폭탄’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노선버스업은 노동시간 단축 대상에서 열외인 특례업종에서 제외됨에 따라 직원 수 300명 이상 사업장은 오는 7월1일부로 주 52시간제 적용 대상이 된다. 방송업·교육서비스업·금융업·도소매업 등 21개 업종이 나란히 노동시간 단축 대상에 포함되며 대상 사업장 중 약 15%에서 초과근무가 이뤄진다고 집계된다. 정부는 7월부터 노동시간 단축 대상이 되는 사업장 및 직원 수가 많지 않은 만큼 큰 문제는 안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버스 업계처럼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문제점이 다른 업종에서도 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7월부터 주 52시간제를 적용 받는 300인 이상 특례제외업종 사업장 중 154곳에서 주 52시간 초과 근로자가 나왔다. 전체 대상 사업장 1,051곳 중 14.7% 수준이다. 근로자 수로 보면 대상 사업장에 근무하는 약 106만명 중 1.9%인 2만630명이 현재 주 52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상 특례업종은 근로자 대표와 서면합의를 통해 주 12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무가 가능한데 노선버스를 비롯한 21개 업종이 지난해 3월부터 여기에서 빠졌다.
154개 업체 중 약 27.9%를 점하는 노선버스업종 외에 교육서비스업·방송업 등이 초과근무가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는 업종으로 꼽힌다. 교육서비스업의 경우 현재 22곳에 주 52시간 이상 근무자가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주로 대학입학사정관 등 몇몇 직군에서 대입 전형이 이뤄지는 매년 10월부터 1월 사이에 초과근무가 발생한다.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지난해 4년제 대학 227곳의 수시전형 지원 건수는 244만건이며 전국에서 입학사정 업무만 담당하는 전임 입학사정관 수는 800여명에 그친다. 방송업의 경우도 10곳에서 초과근무자가 발견됐다. PD 등 방송제작 직군을 중심으로 인력 문제가 제기된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업종별·지역별로 필요한 인재가 부족하기도 하고 특히 방송 쪽은 작품을 만드는 창조성이 필요한 일이라 충원에 어려움이 있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용부 실태조사 결과 인건비를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은 곳이 초과근무가 있는 154곳 중 114곳(이하 중복응답)으로 가장 많았다. 적합한 지원자가 없거나 아예 지원 자체가 적어 구인난을 호소한 곳도 75군데였다.
이에 대해 정부는 7월 노동시간 단축이 시행되는 사업장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만큼 대응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교육서비스업의 경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탄력근로제 개편안이 통과돼 단위기간이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되면 일부 인력 충원과 함께 문제가 상당히 해소될 것이라는 게 고용부의 판단이다. 방송업은 노동시간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유연근로제를 적용해 대응할 계획이다.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을 보완하기 위해 추진 중인 탄력근로제 개편안은 국회에 발목이 잡혀 법안 통과가 요원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버스 사태처럼 정부의 안일한 대처와 국회의 민생 외면이 계속될 경우 7월부터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는 특례제외업종들도 사회적 혼란을 일으키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