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시론] 실패는 도전의 여정이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국민 모두에 열린 '실패박람회'

재기 지원기관 확보·지자체 연계

실패경험 나누는 공동체 구현 등

용기 잃지않는 사회기반 마련 총력




“도전했다가 실패했는가, 괜찮다. 다시 도전하고 다시 실패하라. 대신 더 나은 실패를 하라.”

지난 196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사뮈엘 베케트의 유명한 말이다. 그의 희곡 ‘고도(godot)를 기다리며’에는 오겠다고 했으나 도통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는 두 행인이 등장한다. 작품이 끝날 때까지 고도는 오지 않고 행인들은 계속 기다린다. 행인이 기다린 고도의 정체에 대해 많은 사람은 ‘신’ ‘구원’ ‘희망’으로 해석하고 있다.


우리 역시 ‘실패’로 대변되는 우연한 불운, 고단한 일상,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책임감을 바꿔줄 ‘어떤 변화’가 찾아오기를 기다리며 살아간다. 하지만 내 삶의 변화는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찾아 나서겠다는 용기와 실행에 옮기는 도전에서 시작된다.

지난해 9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처음 개최된 ‘실패박람회’는 실패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킨 계기가 됐다.


오늘의 실패가 내일의 도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실패는 더 이상 실패가 아닌 것이다. 시민들이 실패의 해법을 토론하는 과정에서 나온 경험담은 행정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다. 어렵게 마련된 제도가 잘 지켜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보육교사로서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시민 이모(30)씨의 이야기 속에는 잘 지켜지지 않는 근로기준법 문제가 자리한다. 이씨는 “잦은 야근으로 인해 함께하는 육아에 소홀해지고 가정 내 갈등이 깊어지면서 일과 가정에 대한 책임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도 무력해졌다”고 토로했다.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행정의 무게를 생각할 때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미 마련돼 있는 제도적 기반을 돌아보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그렇다면 올해 두 번째 개최되는 실패박람회는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이제는 인식의 변화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실패를 발판삼아 삶의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또 그 과정에서 행정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있어야 한다. 사회안전망과 관련된 정책적인 지원을 연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올해 실패박람회를 준비하는 이유이다.

지난해 문화행사 중심의 프로그램과 달리 실질적인 재기에 도움이 되는 정책지원 방안을 찾고 알리는 내용으로 프로그램을 채울 계획이다. 재기를 지원하는 민관의 연계기관 확보, 지자체의 지원 사업 연계, 재도전 정책 플랫폼 구축 등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패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재기의 기회를 연결함으로써 실패해도 함께하는 공동체가 있다는 울림을 전달하고자 한다.

지난해 박람회가 ‘실패’를 드러내 공감하고 격려하는 취지였다면 올해는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주도하는 전국적인 행사로 준비하고 있다. 산불이라는 어려움을 공동체가 함께 극복해나가고 있는 강원도(5월15~17일), 과학도시에서 펼쳐지는 기술 중심의 실패 해법의 장(場) 대전(5월21~23일),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차세대들이 문화 분야에서의 실패를 기회로 재조명하는 전주(5월31일~6월2일), 실패 경험을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브랜드화한 대구(6월12~14일) 순으로 함께한다. 광화문광장에서 개최될 종합박람회(9월20~22일)는 권역별 프로그램과 재기지원 정책이 집결된 종합행사가 될 예정이다.

실패 경험이 없는 사람이 없듯이 실패박람회는 모두에게 열려 있다. 어떠한 실패 이야기도 함께 나누는 순간 가치 있는 교훈이 되고 서로에게는 응원의 메시지가 된다. 서로가 재도전을 격려하고 제도적으로 재기를 뒷받침하는 따뜻한 공동체를 구현해나가는 열린 장이 될 수 있도록 많은 국민의 참여를 기대한다. 다시 한 번 실패를 넘어 도전으로.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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