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중국 관광객들이 미국 대신 유럽 등 다른 국가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자 한국과의 사드 갈등 때처럼 중국이 미중 무역전쟁에서 해외여행객을 무기로 삼을 수 있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씨트립이 분석한 결과 이달 초 노동절 연휴 때 중국 관광객들의 해외여행 목적지 순위에서 미국은 9위를 차지해 지난해 같은 기간 5위에서 4계단이나 떨어졌다.
노동절 연휴 기간 중국 관광객이 해외여행 목적지로 가장 선호한 곳은 태국, 일본 등이었다. 씨트립의 최고경영자(CEO) 제인 쑨은 “무역전쟁이 발발한 후 지난해 10월 황금연휴 때 미국으로 향하는 관광객들이 다소 줄었다가 무역전쟁 휴전 후 다시 늘었다”며 “이제 다시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중국 관광객들이 미국을 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쑨 CEO는 “사람들은 자신들을 환영하는 지역으로 여행하길 원한다”며 “중국 관광객들은 미국 대신 영국, 유럽, 호주, 뉴질랜드, 이탈리아 등을 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이 구매력을 가진 부유한 중국 여행객들을 끌어들이길 원한다면 매우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며 “비자 신청이 쉽고 직항 노선을 갖춘 데다 여행객들을 환대하는 나라가 환영받는다”고 말했다.
쑨 CEO의 발언은 중국이 우리나라와 사드 갈등 때처럼 미국과 무역전쟁에서 해외여행객을 무기로 삼을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어서 주목받는다. 중국은 해외여행객 수와 관광 소비액에서 세계 최대 국가로 떠올랐다. 컨설팅 기업 매켄지에 따르면 중국의 해외여행 건수는 내년에 1억6,000만 건에 이르고, 이들이 여행지에서 소비하는 금액은 3,150억 달러(약 37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유럽 국가 중에서도 특히 중국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곳은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촬영지 크로아티아였다. 올해 노동절 연휴 기간 크로아티아를 찾은 중국 관광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배로 늘었으며, 마찬가지로 ‘왕좌의 게임’ 촬영지였던 몰타와 아이슬란드도 각각 300%, 140% 급증했다. 특히 왕좌의 게임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열렬한 팬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근 더욱 주목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