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포럼 2019’에서 카를로 로벨리 엑스마르세유대 이론물리학센터 교수의 기조강연이 끝난 직후 진행된 질의응답(Q&A) 시간에 뜻밖의 질문자가 나타났다. 한국에서 약 1만1,000㎞ 떨어진 미국 볼티모어에서 5세대(5G) 기반 온라인 라이브 방송으로 서울포럼 2019를 즐기던 김동원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 박사후연구원(포닥)이 메인 스크린에 등장한 것이다.
밝게 웃는 모습으로 스크린에 나타난 김 박사는 “현재 존스홉킨스대에서 생체 리듬과 세포자연사(Apoptosis)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며 “평소에 세계적인 석학 로벨리 교수에게 반드시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온라인 라이브 Q&A라는 방식으로 기회를 얻게 돼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먼저 “물리학과 생물학 사이의 시간개념에 관계가 있는지 궁금하다”면서 “우리가 시간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 인간의 노화나 심지어 질병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로벨리 교수는 “최근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에서 쌍둥이 중 한 명은 우주에서, 한 명은 지구에서 생활하게 하는 연구를 했는데 두 형제의 생물학적인 노화 차이는 너무 작았다”며 “물리학이 사람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할 수 없지만 시간이라는 개념을 통해 노화와 두뇌 등을 이해하는 데는 연관성이 있다”고 답했다.
김 박사는 “한국 사회에서 기초과학이 발전할 수 있도록 조언을 달라”고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로벨리 교수는 “과학은 100개의 프로젝트에서 2개 정도만 성공할 정도로 실패에서 성공을 이끈다”면서 “한두 개의 주제에만 집중하지 말고 여러 분야에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번 포럼에 참석한 또 다른 석학인 로버트 H 싱어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HHMI) 자넬리아캠퍼스 선임연구원도 로벨리 교수에게 궁금한 점을 물었다. 그가 “물리학에도 난제가 있지만 천문학의 난제 중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로벨리 교수는 “우리가 어떤 문제를 찾을지 모른다”며 “그래서 많은 프로젝트가 진행돼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때 실험이나 시뮬레이션으로 발견하는지, 아니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처럼 사고실험을 통하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이에 대해 로벨리 교수는 “이론적으로 연구한다”고 답한 뒤 “아인슈타인의 사고실험은 단순히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과학에 기반한 사실에 토대를 두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