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 세계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진행된 인수·합병(M&A) 거래가 40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9년 이후 10년래 최고 수준이다. 특히 높은 성장성에 돈주머니를 싸 든 사모펀드(PEF)와 이종기업 등의 투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삼정KPMG가 16일 발간한 ‘M&A로 본 제약·바이오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진행된 M&A 거래 건수는 1,438건, 거래액은 3,396억 달러(약 400조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무엇보다 도드라진 특징은 국경을 넘는 ‘크로스보더(Cross-border)’ M&A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전 세계 제약·바이오산업의 크로스보더 M&A 건수는 565건으로 전년 대비 54% 성장하며 3년 연속 증가했다. 거래액도 1,925억 달러로 전년 대비 81% 증가해 자국 내 거래(1,470억 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삼정KPMG는 높은 차세대 신약 기술을 선점해 중장기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제약업계의 전장(戰場)이 전 세계로 확산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경쟁은 제약·바이오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지난해 제약·바이오산업과 이종산업 간 M&A 건수는 966건으로 전체 거래 건수 중 67%를 차지했다. 헬스케어, 유통·물류, 정보통신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M&A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제약·바이오 산업의 성장성을 높이 산 PEF가 123건으로 이종업계 중엔 가장 많았다. 거래 건수의 연평균 증가율도 최근 5년간 30%에 달한다.
국가별로 보면 북미 기업이 M&A 시장을 주도했다. 미국 기업이 참여한 M&A 건수는 630건으로 가장 많았고 △캐나다 323건 △중국 224건 △영국 93건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 41건으로 11위를 올랐다.
2022년 제약·바이오산업의 시장 규모가 1조5,000억달러(약 1,800조원)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가 국내 바이오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M&A를 통해 지식과 기술들을 공유하고 △크로스보더 M&A 발굴로 글로벌 시장을 확대하며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융합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최대제약사인 다케다는 영국 샤이어 인수를 통해 항암제와 희귀의약품 및 3세대 바이오 의약품으로 불리는 세포치료제와 유전자 치료제 개발을 중심으로 기술을 확대한 바 있다. 미국 아마존도 의약품 유통업체인 필팩을 인수하면서 제약·바이오 산업에 진출했다.
고병준 삼정KPMG 제약·바이오산업 M&A 리더는 “제약·바이오산업의 전반적인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글로벌 제약사들의 사업재편과 바이오벤처 투자의 지속적인 증가로 M&A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우리 기업들도 적극적인 M&A를 통해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